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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포스트 메이` 각축전…누가 돼도 브렉시트 불확실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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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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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다음달 물러나기로 발표한 후 보수당 내부에서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자, 보수당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속속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집권 보수당의 새 대표는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과 EU의 정치·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누가 메이 총리의 뒤를 잇더라도 브렉시트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앤드리아 재클린 레드섬 전 하원 원내총무와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 맷 행콕 보건부 장관 등 보수당에서 3명이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고 BBC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드섬 전 원내총무와 라브 전 장관은 한때 메이 내각에 참가했다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발해 사퇴했다. 라브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메이 총리와 EU 간 합의안에 반발하며 사퇴했고, 레드섬 전 원내총무는 지난 22일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를 잃었다면서 원내총무직에서 물러났다. 경제장관, 에너지장관, 농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레드섬 전 원내총무의 사임이 메이 총리 사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도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 밖에도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도 곧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수당에서 10명 넘게 대표 경선에 나설 전망이라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이들이 향후 브렉시트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영국 국민이 집중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존슨 전 장관이다. 그는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로 꼽힌다. 지금까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판하면서 EU와 재협상을 주장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전날 메이 총리의 사퇴 발표 소식이 전해진 뒤 스위스 경제포럼(SEF) 연설에서 "합의를 하든, 안 하든 우리는 10월 31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좋은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노 딜(no deal)'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와 결별하는 것을 뜻한다.

존슨 전 장관에 이어 유력한 메이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라브 전 장관과 메이 총리와 더불어 보수당 내 '여걸' 정치인인 레드섬 전 원내총무 역시 브렉시트 지지파다. 라브 전 장관은 26일 메일 온 선데이와 인터뷰하면서 "아무리 늦어도 10월 31일까지는 EU를 떠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드섬 전 원내총무는 같은 날 선데이 타임스에 "필요하다면 노딜을 감수하겠다"며 "(EU와)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상장에서)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의 이 같은 입장에 보수당 내 EU 잔류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지지파가 우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튜어트 장관은 "존슨이 몇 주 전만 해도 사석에서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새 완전히 방침을 바꾼 것 같다"며 "만일 그가 당선된다면 내각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콕 장관은 현 의회에서 협상을 통해 브렉시트를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라고 BBC가 전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은 옵서버 기고에서 "EU를 막무가내로 탈퇴할 경우 포퓰리즘에 기름을 붓고 경제와 국익에 전례 없는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많은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은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실 누가 차기 총리에 오르든 브렉시트 문제를 풀어내는 일은 상당한 난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대 정치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하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전개될 여지가 매우 높아졌다"며 "누가 메이 총리의 후임이 되든 EU 탈퇴 강행 또는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전 장관을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면서 금융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던 로체스터 노무라 환율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향후 파운드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파운드화는 곧 역사적 최저치를 향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시장전략가는 마켓워치에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파운드화를 둘러싼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파운드화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당 당 대표 선출은 2단계로 이뤄진다. 처음에는 보수당 의원들의 투표로 최다 득표자 2명을 선출한 다음, 이들 이름을 전국 12만명 당원에게 제출해서 투표로 당락을 선택하게 된다. 보수당은 6월 말까지 당 대표 최종 후보 2명을 압축한 뒤 7월 말까지 최종 선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당선자는 노동당의 조기 총선 요구 등 반대와 관계없이 일단 당 대표와 총리직을 맡게 된다.

존 맥도널 노동당 경제담당 대변인은 BBC에 "노동당은 누가 당선되든지 즉시 신임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다음 총선은 내각 붕괴로 조기 실시되지 않는 한 2022년 치러질 것으로 예정돼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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