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사임으로 집권 보수당 당권 경쟁 치열 / 존슨 前 외무 지지율 39%로 선두 / 7명 출사표… 모두 12명 출마 할 듯 / 존슨 “합의하든 안하든 EU 탈퇴” / ‘노딜’ 불사론에 당내 온건파 반발 / 당내서도 조기 총선·국민투표론 / 노동당 “총리 선출 땐 불신임투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임 발표를 하자마자 집권 보수당 내 당권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당대표는 총리직을 이어받아 10월 말로 시한이 잡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행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영국이 어떤 방식으로 유럽연합(EU)을 떠날지, 과연 떠나기는 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여전히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영국과 유럽, 나아가 세계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차기 총리로 누가 선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25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보수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 7명이다.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등이 추가로 도전할 것으로 예상돼 최종적으로 12명가량이 당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존슨 전 장관이 차기 권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그는 일간 더타임스가 최근 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보수당원 8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9% 지지를 받아 2위인 랍 전 장관(13%)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메이 총리 사임 발표 직후 도박업체들도 그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했다.
존슨 전 장관은 처음부터 ‘노딜 브렉시트 불사론’을 꺼내들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24일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을 주장하며 “합의를 하든 안 하든 우리는 10월31일 EU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합의를 얻으려면 ‘노딜’에 대비돼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랍 전 장관 역시 “이제는 새로운 방향이 필요한 때”라며 “합의를 선호하지만, 10월 말 협상이 종료되면 영국이 (EU를) 떠날 수 있다는 불굴의 결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온건파들은 존슨 전 장관의 발언에 격분했다. 스튜어트 장관은 “(노딜 불사론은) 큰 실수가 될 것이며, 해롭고 불필요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2주 전 개인적 대화 자리에서는 노딜을 하지 않겠다던 존슨이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그는 노딜론자가 총리가 될 경우 “같이 일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EU 탈퇴로 인한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는 후보들은 포퓰리즘을 부채질하고 경제와 국익에 엄청난 해를 끼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보수당 의원과 각료들은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돼 노딜 브렉시트의 길을 닦을 경우 불신임투표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당내에서는 “누가 차기 권력을 잡더라도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혼자서는 풀 수 없을 것”이라며 조기총선 또는 제2국민투표밖에 답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1야당 노동당의 존 맥도널 경제담당 대변인도 “새 총리가 선출된 직후 불신임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며 조기총선 실시를 압박했다.
다음달 10일부터 본격 경선 절차에 돌입하는 보수당은 의원 투표로 최종 후보 2명을 가린 뒤 당원 우편투표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예정이다. 신임 당대표는 내각 불신임이나 의회 해산 등으로 조기총선이 실시되지 않는 한 2022년 총선 때까지 총리로 일하게 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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