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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80여분간 청중 매료시킨 ‘천사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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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엔젤스 기획공연에 찬사 쏟아져 / 색동저고리·청사초롱·고운 치마 등 / 한국의 美로 듬뿍 채운 화려한 무대 / 명불허전 부채·장고춤 등 가장 인상적 / 강약 변화·휘몰아치는 북 장단 압권 / 친근한 레퍼토리에 신작 끼어넣어 /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 갖게 해

‘친선과 우정의 외교사절, 춤추고 노래하는 평화의 천사’로 소개되는 리틀엔젤스예술단은 그 인지도에 비해 정작 공연을 본 이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홍보영상에 잠깐 비친 공연 모습을 본다든지 크고 작은 여러 행사에서 초청공연으로 일부만 접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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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준 리틀엔젤스예술단의 기획공연 ‘천사들의 꿈’의 한 장면. 리틀엔젤스예술단 제공


애초 리틀엔젤스는 공연 횟수가 많지 않다. 1년에 보통 서울·지방에서 총 4회 공연을 하고 해외공연 2회, 각종 행사에 30여회 정도 초청되는 정도다. 단원이 초·중학생들인 만큼 공연 횟수를 무리하게 늘릴 수 없다. 막상 공연이 열리면 객석의 대부분은 가장 열렬한 팬클럽일 수밖에 없는 단원 가족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이처럼 리틀엔젤스 공연을 온전하게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은데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획공연 ‘천사들의 꿈’은 명불허전의 무대였다. 공연시간 80분은 색동저고리와 고운 치마, 청사초롱, 꽃가마, 탈춤 등 고르고 고른 한국적인 미로 채워진 무대에서 쏜살같이 흘러갔다. 1962년 창단 이래 57년 동안 한결같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리틀엔젤스가 이룬 경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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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은 지난해 취임한 한국 창작춤의 대가 배정혜 상임안무가의 ‘궁’이었다. 이후 공연은 ‘처녀총각’, ‘부채춤’, ‘꼭두각시’, ‘화검’, ‘탈춤’, ‘미얄’, ‘시집가는날’, ‘장고춤’, ‘춘향이야기’, ‘밤길’, ‘북춤’ 등 10분 안팎의 레퍼토리를 이어가다 합창으로 끝맺었다. 전후 폐허에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만방에 알린 부채춤, 북춤 등 전통적 레퍼토리와 이날 초연된 화검 등이 어우러져 창단 60주년을 앞두고 새 도약을 준비 중인 리틀엔젤스의 과거와 미래를 가늠하게 했다.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인상적인 무대는 역시 부채춤과 장고춤, 북춤이었다. 고운 치마를 입고 돌며 꽃과 화려한 공작이 그려진 부채를 폈다 접기를 반복하는 부채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직접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아름다움에선 리틀엔젤스만의 미학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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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반주에 의존하는 다른 레퍼토리와 달리 출연진이 직접 춤추며 악기를 연주하는 장고춤과 북춤도 고된 수련에서 나왔을 춤과 소리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북춤은 리틀엔젤스만의 시그니처인 삼면의 틀에 여섯 개의 북을 매단 ‘육고무’에 ‘앉은 북’과 ‘대고(大鼓·큰북)’까지 가세했다. 격동 있는 강약의 변화와 휘몰아치는 북 장단이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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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에선 부채춤과 북춤, 처녀총각처럼 너무도 친근한 레퍼토리 사이에 화검과 미얄 등의 신작을 배치해 리틀엔젤스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리틀엔젤스는 배정혜 안무가 취임을 계기로 전통의 틀에서 벗어난 이처럼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검’이란 낯선 소품이 등장한 화검은 역동성 있는 무대가 새로운 볼거리였다. 특히 기존 레퍼토리에서 강조됐던 성역할의 파격이란 점에서 주목됐다. 또 지난해 말 정기공연 때 처음 선보였던 미얄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다. 마당놀이 봉산탈춤의 한 장인 ‘미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대는 리틀엔젤스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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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중학교 여학생으로 이뤄진 리틀엔젤스는 연습단원까지 총 120명. 이번 공연에는 공연반 소속 총 51명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반은 7살짜리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 초등학교 3∼5학년인 작은반과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큰 반으로 나뉜다. 아기자기한 레퍼토리는 작은반 몫이고 성인 못지않은 기예가 필요한 궁, 부채춤, 북춤 등은 큰 반 몫이다. 연중 상시 연습이나 이번 공연 준비는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됐다. 훈련 편의상 청실대·소, 홍실대·소로 학급이 나뉘고 저학년인 소반은 오후 네시부터 두 시간 반, 고학년인 대반은 오후 다섯시반부터 세 시간 동안 매일 무용과 합창을 연습한다고 한다.

작은반은 언니들에 비하면 한참 어린 소녀들이지만 초등학교 1, 2학년 시절 평일 2시간 동안 한국무용의 기본동작과 합창의 기본발성을 익히는 준비반 기간을 거친 정식단원이다. 처녀총각, 꼭두각시, 탈춤, 시집가는날, 춘향이야기에서 때로는 엉덩방아 찧는 실수를 하는 단원도 있었지만 재롱 이상의 연기와 춤을 보여줬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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