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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게임중독’ 질병 분류, 국민 건강 살필 대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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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으로 등록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규정되면 이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 관리 및 처방이 가능하고, 관련 의료기술 또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WHO가 게임중독을 ‘다른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일상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생겨도 1년 가까이 게임을 계속하거나 오히려 더 하게 되는 경우’로 정의한 것도 진일보한 결정이다. 연구자별로 정의가 서로 달라, 결과도 제각각이었던 현실을 바로잡음으로써 국내외 실태조사 및 비교가 수월해지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도 가능해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 등 인터넷 중독 인구는 4억명을 넘어섰고, 국내 역시 성인의 1%가 게임중독 상태라고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10~65세의 67%는 최근 1년 사이 게임을 경험했으며 이들의 하루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주중 90~96분, 주말 114~163분에 달했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가정 내 불화가 적지 않고, 게임중독이 직간접적 원인이 되어 빚어지는 강력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WHO의 결정을 계기로 게임 과몰입에 따른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한 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게임시장 위축과 아동의 문화·예술 선택권 제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게임시장은 WHO의 결정으로 2023~2025년에 매년 2조~5조여원의 위축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정책수립시 게임이 주는 긍정적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초·중·고교생 15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게임 과몰입 및 위험군이 1.8%였고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게임선용군은 17.7%였다. 나머지는 일반 및 비사용자였다. 게임선용군의 자존감·삶의 만족도는 모든 유형집단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중독세’나 ‘중독치료 부담금’ 도입, 셧다운제(0~6시 청소년 게임이용 금지)의 모바일 확대 적용 등도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

게임업계도 시장위축 우려 등을 내세워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된다. WHO의 조치는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마련된 게 아니다. 질병 등록을 통해 국민 건강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도 넉넉하다.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6년 1월이다. 그사이 충분한 조사 및 논의를 진행한다면 게임업계도 보호하면서 국민 건강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대책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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