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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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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술·간염 탓에 딱딱해진 간, 말랑말랑하게 되살릴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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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알코올성 간경변 발생률 높아져

간암 원인인데도 위험성 잘 몰라

40세부턴 간 정기검사로 예방을

중앙일보

김정한 교수는 ’간 건강을 챙긴다며 특정 식품의 농축액을 먹는 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프리랜서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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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낮에 쪼아 먹힌 간은 밤이 되면 다시 회복된다. 신화 속 얘기처럼 간은 실제로 재생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간이라도 과한 음주나 B형·C형 간염 때문에 염증이 생겨 굳기 시작하면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는 “말기 간경변 환자의 생존율은 전체 암 환자보다 낮다”며 “간 건강을 위해선 금주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Q : 간경변은 왜 발생하나.



A : “간경변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나 술 때문에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던 간이 장기간에 걸쳐 딱딱하고 울퉁불퉁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세포는 파괴되고 간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나 황달, 의식이 나빠지는 간성혼수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간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최근에는 B형·C형 간염 치료제가 좋아졌고 이에 따른 간경변 환자도 줄고 있다. 반면 알코올성 간 질환에 따른 간경변 환자 비율은 커지고 있다. 술이 문제가 돼 간경변이 생긴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Q : 술이 원인인 간경변은 치료가 어렵나.



A : “B형·C형 간염 환자는 간염 치료제를 복용하면 되고, 또 이들은 정기적으로 간을 검진한다. 간경변이더라도 초기일 때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코올성 간 질환자는 금주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데다 본인 의지로 술을 끊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금주가 잘 안 되면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걸 받아들이는 경우도 별로 없다. 대다수는 몸 상태가 망가져 술을 더는 마시지 못할 정도가 되고 간경변 합병증으로 복수·황달 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간은 합병증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다.”




Q : 간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이 있나.



A : “어느 정도의 음주가 간 질환을 일으키느냐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대략 매일 소주 1병 이상을 10년 이상 마신 경우 간경변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간 질환이 있을 때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 ‘술 한잔도 안 되느냐’고 묻는 환자가 많은데 우리나라 술 문화에서 한잔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금주가 답이다.”




Q : 질병의 심각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



A : “간경변은 중한 질환인데도 사람들이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한다. 간염·간암에 비해 주목도가 낮다. 말기 간경변 환자에게는 간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간 기증자가 부족해 말기 간경변 환자의 3분의 2는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간경변은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기도 하다. 국가 암 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의 간경변 환자를 간암 고위험군으로 보고 6개월마다 간 초음파·혈액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Q : 딱딱해진 간은 되돌릴 수 없나.



A : “이미 굳은 간을 예전처럼 말랑말랑한 간으로 되돌리는 치료제는 없다. 간경변 치료는 원인 질환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치료해 악화를 막는 게 목표다. 간경변은 만성질환이므로 술을 삼가고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Q : 간경변 고위험군과 예방법은.



A : “간 관련 질환이 있거나 본인이 음주를 과하게 하고 있어 간경변이 걱정되면 40세부터 간 섬유화 검사 등으로 간 건강을 점검해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간경변이더라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초기 간경변은 관리를 잘하면 정상인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며 지낼 수 있다. 정기 검진을 놓치면 어느 순간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간 건강이 나빠질 요소가 있으면 컨디션이 좋아도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건 삼가야 한다. 간에 특정 식품이 좋다고 즙이나 농축액을 먹는 건 자칫 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안 그래도 손상된 간인데 해독 가능 범위를 벗어나면 그나마 정상인 간세포마저 망가질 수 있다. 특정 식품이 실제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이미 치료제로 나왔을 것이다.”




Q :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안이 있다면.



A : “간 질환은 40대, 50대 남성의 사망 원인 중 각각 3위, 4위를 차지한다. 간암을 제외한 통계다.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대다수는 간경변이다. 사회적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간 질환이 그다지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말기 간경변 환자의 중증도 역시 과소 평가되고 있다. 말기 간경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5%에 불과하다.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이 7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낮다. 치료 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진료비를 경감해 주는 중증질환 산정 특례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말기 간경변 환자는 사회생활이 힘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혜택이 필요하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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