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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여드름 같은 화농성 한선염, 방심하면 큰 병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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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희정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

중앙일보

화농성 한선염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6000~8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아직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증상이 있어도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포함하면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맨 처음 붉은 염증성 결절 또는 종기가 발생하고, 염증이 심한 경우 종기가 터져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해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병변 부위가 넓어지며, 종기가 터지면서 벌어진 피부가 잘 아물지 않아 만성적인 궤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피부 아래에서는 농양끼리 이어져 터널 같은 길(농루관)을 형성하고 반복된 염증 부위에는 피부 속 깊이까지 흉터가 남는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염증 반응이 피부가 접히는 부위, 즉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과 생식기 주변, 여성의 가슴 아래에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땀샘이 많은 부위에 잘 생기며 피부의 모낭과 연결된 땀샘에 염증이 발생해 ‘한선염’ ‘땀샘염’으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모낭 입구가 막히는 것으로부터 질환이 시작된다.

초기 증상이 여드름이나 모낭염, 세균성 농양 등과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방치하거나 외과적인 절개, 배농술만 반복해서 받으면서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단순히 곪는 것처럼 보이는 병변이라도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면서 계속 재발하고 병변이 점점 넓어진다면, 화농성 한선염을 한 번쯤 의심하고 피부과를 찾는 것이 좋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고 필요시 절개 배농 및 병변부 절제 등 수술적 치료도 한다. 이 중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알파)와 결합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의 활동성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보인다.

화농성 한선염 역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병변 부위를 줄이고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해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하면 항문·직장·요도·방광 등에 누공이 생기거나 협착, 이차적인 세균 감염 및 심한 통증으로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약물 반응도 떨어지게 된다.

화농성 한선염은 치료하기 쉬운 질환은 아니지만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의지를 갖고 꾸준히 치료하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질환에 대한 정보가 좀 더 널리 알려져 많은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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