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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3세 경영 시작한 한진家 조원태 회장, 불안한 지분 속에 상속세·실적 턴어라운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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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이 시작된 한진그룹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와 함께 KCGI의 공세까지 막아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가 삼남매가 화합을 하지 못할 경우 KCGI에 밀려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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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숨 돌린 한진가, 그러나 시계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대상인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를 지난 5월 15일 단행했다. 원래는 같은 달 10일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재계 14위(자산 기준)인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동일인)를 지정하지 않아 이를 기다리느라 늦어졌다.

조원태 회장(44)이 지난 4월 8일 별세한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한진가 지배구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수를 적시한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한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명의로 지난 5월 3일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는 공문을 공정위에 보내기도 했다. 결국 공정위는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직권 지정했다. 이를 통해 한진그룹은 2003년 조양호 회장에서 2019년 조원태 회장으로 16년 만에 총수가 변경됐다.

이 같은 우여곡절에 따라 재계에선 삼남매가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대한항공과 한진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린 형태다.

그룹 경영권 확보의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고 조양호 회장(17.84%)을 중심으로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 등 오너 및 특수관계인이 28.95%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삼남매 지분 차이가 사실상 없어 누가 총수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일단 공정위는 지분율과 그룹 회장 임명 등을 이유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조원태 회장 총수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났다. 공정위의 조 회장 직권 지정 직전인 지난 5월 14일 한진칼 주가는 전날 대비 무려 12.6% 급등했다. 지분 매입 경쟁이 잠잠해진 지난 4월 중순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가 총수 지정을 앞두고 급등한 셈이다.

특히 이날 한진과 대한항공 주가 역시 각각 4.5%, 2.2% 올랐다.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는 2.9% 상승했고 한국공항도 0.8% 올랐다. 한진그룹주가 일제히 상승한 것을 두고 조원태 회장으로 총수 지정이 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향후 지분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이유로 거론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총수 지정의 고비만 넘어갔지 향후 상속세 문제와 KCGI 등과의 지분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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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어떻게 내나

한진가의 3세 경영 시작은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찾아왔다. 별다른 승계 준비가 없어 일단 상속세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주주이며 이 지분(17.84%)을 상속받는 것이 바로 경영권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지분을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조현민 씨가 지분을 물려받아야 오너 입장에선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

만약 유언장이 없다면 조 전 회장 지분은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남매에게 각 3.95%씩 상속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의 상속세는 주식의 시장 가치에 상속세율을 곱해 산정된다. 주식의 시장 가치는 상속일 전후로 각 2개월간의 평균 종가를 토대로 산출된다. 조 전 회장이 4월 8일 별세했으니 2월 9일부터 6월 7일까지의 한진칼 평균 주가를 산정해야 한다.

한진칼의 주가는 올 2~3월 2만5000~2만6000원 선에 머무르다 조 회장이 별세한 직후 급등, 4월 12일 4만4100원까지 찍은 이후 5월 14일 종가는 4만1200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주가가 6월 7일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한진칼의 평균 가격은 3만2807원이 된다.

이를 반영하면 조 전 회장의 지분가치는 3462억원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최대주주 할증평가)’을 반영해야 한다. 상속세법에서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20%가 적용된다. 프리미엄까지 반영한 조 전 회장의 지분가치는 4155억원으로 불어난다.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그 세율은 50%다. 조 전 회장 유족이 내야 할 세금은 지분가치의 절반인 2077억원으로 최종 계산된다.

물론 이는 미래의 주가를 가정한 것이고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납부되는 세금액과는 차이가 날 수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얼마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앞으로 유족들이 상속세를 신고하는 시점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진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상속세도 2000억원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히려 뛴다면 상속세 부담은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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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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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진가 오너 일가의 선택이 중요하다.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높은 상속세 부담을 지고라도 모두 상속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영권에 미련이 없다면 주가가 오른 현 시점이 지분 매각의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증권가에선 이 정도의 상속세는 오너 일가가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상속세 부담 총액이 2000억원 내외지만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매년 나눠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조원태 회장 등 일가가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매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400억~4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한진가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의 지분 중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이미 지분율(48.3%)이 높은 정석기업의 지분은 추가 인수하기보다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처분으로 배당여력을 높이고, 상속세 분할납부 신청이나 상속지분 담보대출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오너 일가가 이미 지분의 상당 부분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요 계열사의 배당을 늘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 담보 현황 조사 결과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보유 지분 28.93%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국세청 등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원태 사장은 한진칼 지분 138만5295주(2.34%)의 42.3%인 58만6319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하나금융투자(25만2101주), 하나은행(18만4218주), 반포세무서(15만 주) 등이다.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각각 보유 주식의 46.8%, 30%를 금융권과 국세청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조양호 회장도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의 23.7%를 하나은행, 종로세무서 등에 담보로 내놓은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유족들이 상속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라며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담보대출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609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유족들은 이미 보유 중인 주식이 대부분 담보로 제공돼 있는 만큼 조달 가능 금액은 금융권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열사 지분 매각, 한진칼·대한항공의 배당 여력 확대, 퇴직금 활용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 실적 턴어라운드, 상속세 실탄 장전

한진칼 주가가 오른 것은 지분 경쟁 예상도 있지만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오너 일가가 주요 주주로 돼 있기 때문에 배당을 늘리면 오너가 곧바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칼의 순이익은 작년 177억원 적자에서 올해 1652억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자회사이자 지분법 평가손익으로 잡히는 대한항공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 1857억원 적자에서 올해 3315억원의 흑자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기업 투자와 배당의 기준이 된다. 결국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이 한진칼의 배당 여력 확대로 이어져 올해 주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전망이다.

다만 올 1분기 대한항공의 ‘비행 실적’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 1분기에 342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 1분기 233억원의 순이익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액은 3조4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82억원으로 16.2%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해 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실적 부진은 일시적이란 얘기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118.1원이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1137.8원 까지 상승했다. 영업이익 감소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대형기의 정비 주기가 도래하면서 정비 관련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업 부문별로 보면 여객 부문은 여행과 상용 수요의 꾸준한 증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효과에 따른 미주-아시아 노선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화물 부문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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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논란 자매 대신 총수 오른 조원태, KCGI 물리칠까

증권가에선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협조 없이는 조원태 체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자매가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의 불화설을 잠재워야 KCGI와의 향후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칼 2대주주 KCGI는 경영 참여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 모으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주총 직후인 지난 4월 한 달 동안 지분율을 기존 12.68%에서 14.98%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한진칼 특수관계인과의 지분율 격차는 기존 15.48%포인트에서 현재 13.97%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업계에선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내년 주총에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한진칼 주가가 강한 것은 향후 지분 경쟁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며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 실적이 올해 반등할 경우 한진칼의 순이익이 늘어 배당 여력이 커지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 전 회장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지분 상속과 관련해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면 그가 가지고 있던 한진칼 지분은 민법 제 1009조(법적상속분)의 1.5 대 1대 1대 1 비율에 따라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94%, 삼남매는 각각 3.96%씩 가져가게 된다.

기존 보유 지분에 법정 상속 지분을 더하면 조원태 회장이 6.3%로 가장 많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6.27%), 조현민 전 전무(6.26%), 이명희 전 이사장(5.95%) 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명희 전 이사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사이에 교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불화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선친 장례 절차가 끝난 지 8일 만에 그룹 회장에 취임했는데 별도의 취임식도 갖지 않았다.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회장직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만 선임했을 뿐 회장으로 선임한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4월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참석한 이사 전원이 회장 취임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계열사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면 주가도 함께 올라 주주들이 현 오너 일가에 향후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올해 성적표에 따라 내년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칼의 경우 소액주주가 전체 주식의 45.1%를 보유하고 있다.

[문일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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