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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보다 환경문제'…獨도시는 녹색당, 옛동독은 극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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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도 "기후변화로 관심 이동"

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 결과 기다리는 시민들…'극우·녹색 바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유럽의회 선거 결과, 최근 몇 년간 최대 정치적 이슈였던 난민 문제보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선거 판세를 가른 요소로 더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 전체적으로 반(反)난민을 내세운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약진했지만, 독일에서의 성장세는 크지 않았다.

선거일인 26일 극우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개표 상황실은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5년 전 선거보다 3.9% 포인트 높은 1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원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AfD 일각에서는 최고 20%의 득표율을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더구나 제3 정당으로 부상한 2017년 총선(12.6%)보다도 득표율이 낮았다.

총선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며 제2당인 사회민주당을 제칠 정도로 기세를 떨치고, 헤센주(州) 등의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우선으로 내세워 온 녹색당이었다.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퇴조 속에서 녹색당은 20.5%로, 기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전 선거보다 9.8%나 뛰어올랐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정치권을 뒤흔든 난민 문제보다 기후변화 이슈가 이번 선거의 판도를 가른 셈이다.

특히 녹색당은 주요 도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도 베를린에서 녹색당의 득표율은 27.8%에 달했다. 현재 베를린 지방의회의 제1당인 사민당은 14.0%, 기민당은 15.0%에 그쳤다. AfD는 전국 득표율보다 낮은 9.8%였다.

대기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히며 노후 디젤차의 도심운행 금지가 결정된 슈투트가르트에서 녹색당은 28.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녹색당은 역시 대기오염 문제가 주요 이슈인 쾰른에서 32.9%, 함부르크에서 31.2%, 프랑크푸르트에서 31.3%, 도르트문트에서 25.0%, 뒤셀도르프에서 29.2%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심지어 기사당의 텃밭인 뮌헨(31.2%)과 옛 동독지역의 라이프치히(20.2%)에서도 가장 앞섰다.

도시의 젊은 층이 급속히 녹색당으로 이동한 탓이 컸다.

기민당은 선거가 끝난 뒤 이번 선거의 주요한 부진 원인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선거를 앞두고선 유명 유튜버인 레조는 기민당의 기후변화 정책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기민당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 영상은 선거 당일까지 1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유명 유튜버 70여 명이 레조에 동조해 기민당과 사민당, AfD에 대한 투표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녹색당의 돌풍에 대해 "지금 시대에 사람들이 기후변화 등 관심을 가진 문제와 연결돼 있다"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기민당에도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AfD의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텃밭'인 옛 동독지역에서 위력을 떨쳤다.

동북부 지역의 일부 주와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베를린 인근의 브란덴부르크와 포츠담 등을 제외하고 옛 동독의 상당수 지역에서 AfD는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옛 동독지역인 작센, 브란덴부르크, 튀링겐(州)에서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AfD가 다시 선거 정국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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