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세대주 실업으로 일하는 배우자·자녀 늘어난 영향"
"정부가 만든 일자리 사업, 고소득 가구가 더 큰 수혜" 지적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1분기 전국 시 단위 이상 도시 지역 근로자 가구(2인 이상) 소득이 7분기만에 감소했음에도, ‘근로자 외 가구’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근로자 외 가구는 세대주가 근로자가 아닌 무직자이거나 자영업자인 가구를 의미한다.
도시 지역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근로자 가구를 앞지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스터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근로자 외 가구 소득 증가율은 근로자 가구를 밑돌았는데, 1년만에 이 추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는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30% 이상 급증하는 기(奇)현상을 보였다.
2019년 1월 16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2019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통합 모집 행사가 진행됐다. 많은 노인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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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세대주 가구의 소득 증가율, 근로자 가구 앞질러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2인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의 1분기 월소득(566만100원)은 전년대비 0.2% 감소했다.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17년 2분기(-0.3%) 이후 7분기 만이다.
반면 세대주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인 근로자 외 가구 월소득(384만6600원)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이 증가폭은 2017년 4분기(5.7%) 이후 5분기만에 가장 큰 수치다. 근로자 가구의 소득 감소에도 근로자 외 가구 소득이 증가하면서 전체 도시 가구의 월소득(491만7700원)은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내내 근로자 가구의 분기별 소득 증가율(6~9%)은 근로자 외 가구 소득 증가율(1~3%)을 크게 웃돌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에 더 도움이 된 영향이다. 반면 자영업자 업황 부진 등으로 근로자 외 가구 소득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올해들어 근로자 외 가구 소득 증가율이 근로자 가구를 역전하게 된 것이다.
두 가구의 소득 증가율 역전은 근로소득 증감 추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 가구는 근로소득(-0.3%)이 감소한 반면 근로자 외 가구는 근로소득(13.1%)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근로자 가구는 5분위(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이 5.8% 감소했으나 근로자 외 가구는 5분위 근로소득이 31.3% 급증한 영향이 컸다.
저소득층인 1분위(-17.3%)와 2분위(-30.3%)의 근로소득은 크게 줄었지만, 소득 규모가 큰 5분위 소득이 늘면서 전체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늘었다. 5분위의 근로자 외 가구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35.2%)와 4분기(34.9%)에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 바 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증가한 것은 자영업자이거나 무직자인 세대주 외에 세대원인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이 근로활동을 해 벌어들인 소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아르바이트 등 부업이나 정부 일자리 사업 참여가 늘어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분위별 근로소득 증감 추이. (자료 : 통계청, 단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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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자녀 취업 늘고 정부 일자리 사업 늘어난 영향"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이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늘어난 현상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첫번째는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세대주가 직장을 잃고 세대원인 배우자와 자녀가 근로활동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참여하는 표본 분포를 보면, 1분기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41.9%로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이탈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이 높아진 것은 실업의 증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분기 연령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세대주가 많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30~50대 남성 취업자는 전년대비 15만5000명 감소한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 취업자는 2만6000명 감소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50대 여성 취업자는 오히려 7만7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째는 정부 일자리 사업이 고소득층 근로자 외 가구 근로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일자리 사업에 총 19조원을 투입했다. 이중 3조원 가량은 노인 일자리 사업, 청년 인턴 등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데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단기 일자리 사업에 고소득층의 자녀, 배우자 등이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5분위 근로자 외 가구 근로소득은 정부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3분기부터 급증했다.
고소득층에 해당되는 4, 5분위는 1, 2분위에 비해 가구원수와 취업자 가구원수가 많기 때문에 일자리 사업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저소득층인 1, 2분위는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증가추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대학생과 중장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단기 일자리 사업은 소득 자격이 없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참여율이 높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위해 추진한 일자리 사업 혜택이 고소득층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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