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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대북·이란 전략 ‘엇박자’… 틈 벌어지는 트럼프·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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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정책 혼란 우려 높아 / “볼턴에 맡겨 놨다면 4개 전쟁중” / 트럼프 ‘슈퍼 매파’에 대해 불만 / 北 발사체 규정 등 놓고 입장차 커 / 볼턴, 외교안보라인과도 수시 충돌 / 일각 “강·온책사이 외교에 유용해” / NYT “혼선도 협상전략 인지 의문”

세계일보

“존(볼턴)에게만 맡겨놨다면 우리는 지금 네 개의 전쟁을 수행 중이었을 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석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핸 군사옵션을 불사하는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을 자신이 잘 제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미국 외교정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의 균열이 커지며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볼턴 보좌관이 자신을 원치 않는 길로 이끄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하면서 그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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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연합뉴스


두 사람의 대립은 지난 25∼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과정에서 공공연히 드러났다. 볼턴 보좌관이 최근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발사한 작은 무기들을 염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음 날에는 “나는 (제재)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이란 문제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평소 의견을 공개적으로 묵살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체제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란에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볼턴 보좌관은 행정부 내 다른 외교안보 라인과도 수시로 충돌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한 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보좌관의 영역 밖”이라며 볼턴을 강하게 몰아붙인 적이 있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 조치 면제 등을 놓고 볼턴과 부딪쳤다고 NYT는 전했다. 전면 금수를 주장한 볼턴과 달리 국무부는 일부 면제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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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최근 고조된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긴장을 둘러싸고도 애초 국방부가 볼턴 보좌관 지시에 따라 12만 대군 파병 계획을 세웠던 것과 달리 1500명을 증파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볼턴 보좌관의 이런 호전적 태도는 해외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하며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현 상황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축출했을 때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른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도 재선을 위한 캠페인에 착수하기 전 볼턴을 제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트럼프 진영은 이런 불협화음을 ‘굿 캅 배드 캅’ 논리로 옹호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위츠 최고경영자는 “볼턴은 그(트럼프)에게 유용하다”며 “이란도 북한도 볼턴을 싫어하는데, 이는 미국이 강경책과 유화책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 국빈만찬 당시 뚜렷한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아 각종 억측을 낳았다. 그는 다만 중동 안보현안 논의를 위해 29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아직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더 가동하지 않는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저장할 이유가 없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2일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과 관련해 “배후가 이란이라는 점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란 외무부는 볼턴을 겨냥해 ‘전쟁광’이라고 비난하며 “그들의 사악한 욕망은 이란의 전략적 인내와 완벽한 방어태세에 막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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