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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3기 신도시 후폭풍…일산 표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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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등 지역 민심 뒤숭숭

한국당, 백지화 외치며 주민 공략

민주당 “집값 안정 공익 무시말라”

범여권 독식지역 내년 총선 변수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부동산 공급 정책인 ‘3기 신도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파트값 하락과 미분양 문제 등으로 관련 지역 민심이 뒤숭숭해지자 야권이 이를 본격적으로 문제삼기 시작하면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3기 신도시’ 논란이 수도권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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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무분별한 신도시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현장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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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책토론회를 국회가 아니라 현지에 가서 연 건 드문 경우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국회 국토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1, 2기 신도시를 죽이면서 3기 신도시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3기 신도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2기 신도시는 가뜩이나 미분양이 많고 분양가보다도 가격이 내려가는데, (더 좋은 입지에) 3기 신도시를 하면 정부가 국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밖에 더 되냐”고 비난했다.

한국당이 발 빠르게 움직인 건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일 정부가 고양 창릉(3만8000호)과 부천 대장(2만 호) 등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하자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인근 1, 2기 신도시 주민들은 3주째 주말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차(12일) 때는 500명에 불과했으나 2차(18일) 5000명, 3차(25일) 1만1000명(주최 측 추산) 등 참여 인원이 급속한 증가세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25일엔 일산과 검단에서 별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일산 주민 김모(54)씨는 “삼송·원흥·향동 등 지금도 주변에 신도시가 넘쳐나는데 또 신도시라니, 분당이라면 감히 이렇게 하겠나”라며 “일산만 ‘호구’ 잡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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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운정 주민들이 25일 고양시 일산 동구청앞에서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후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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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 2기 신도시 집값은 출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일주일 동안 0.16%, 0.14%씩 떨어졌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2주 사이에 0.3% 가까이 급락했다. 검단신도시는 미분양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2~23일 청약을 한 ‘검단파라곤 1차’는 874채 모집에 1, 2순위 합쳐 264명 신청에 그쳤다.

고양 지역구 정재호·유은혜·김현미 긴장

한국당이 3기 신도시 중에서도 특히 일산 지역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민주당 텃밭을 공략해야 한다”는 내년 총선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고양 일산(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과 파주(파주갑 윤후덕, 파주을 박정) 등 경기도 서북부 지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한 석(고양갑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빼고 석권하고 있다. 특히 일산 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3기 신도시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지역민의 불만을 노리고 있다. 김 장관 지역구와 붙어있는 유은혜 의원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현 정부의 핵심 인사다. 일산 진보벨트에 타격을 가해 전체 수도권 선거의 승기를 잡겠다는 게 한국당의 전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산에선 ‘집값 안정을 위해 만만한 우리를 희생양으로 바쳤다’는 정서가 팽배하다”며 “이를 파고들어 일산 진보벨트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비례 초선)을 김현미 장관의 저격수로 차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한국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저급한 지역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국토위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공익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한국당의 행태에 대다수 국민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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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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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지역 교통망 확충 등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면 진정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조기 개통,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산 연결, 대곡~소사 복선전철 연장 운행 등의 보완책을 23일 내놓았다. 국토위 소속인 민주당 황희 의원은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 결코 총선에도 나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정부가 바닥 민심을 외면한 채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3기 신도시 문제가 일산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17일 하남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남 교산지구 주민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주민 동의 없이 개발하는 것은 생존권과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16일 남양주 왕숙, 14일 인천 계양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회가 무산됐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는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3기 신도시는 주민 반발 최소화와 부동산값 안정, 그리고 총선 승리라는 어려운 숙제를 한꺼번에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우·이우림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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