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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가해 크루즈 추돌 후 되돌아와… 사고 알고도 ‘뺑소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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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여객선협 추가영상 공개 / 화면서 사라졌다 후진으로 복귀 / 20여초 멈춰 있다가 현장벗어나 45분간 더 이동 북쪽 부두 정박 / 현지 매체 화면 확대 분석 결과 / 물에 빠진 5∼6명 움직임 포착 / 승무원 구명조끼 던지는 모습도 / 선장 구속… “잘못 없다” 거듭 주장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의 가해 선박이 추돌 후 사고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사라진 사실이 1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사실상 ‘뺑소니’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에 구금 중이던 가해 선박 선장은 이날 구속됐으나,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헝가리여객선협회가 1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한 ‘바이킹 시긴’호(왼쪽)와 ‘허블레아니’호의 추돌(빨간색 원 안) 장면. 추돌 후 균형을 잃은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자 시긴호는 후진했다가 다시 직진해 현장을 벗어났다. 헝가리여객선협회 웹사이트 캡처, 부다페스트=AP연합뉴스


헝가리여객선협회(SZHSz)는 지난달 29일 밤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한국인 33명 등 35명을 태우고 운행 중이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호를 ‘바이킹 시긴’호가 들이받는 모습이 찍힌 7분22초짜리 추가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뒤 처음보다 느린 속도로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약 15초 뒤 후진해 사고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후 20여초 멈춰 있던 시긴호는 다시 전진해 사고 현장에서 벗어났다. 추돌 사고 이후 후진했던 시긴호가 다시 전진해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50초 정도다. 그렇게 시긴호는 시속 약 5㎞의 느린 속도로 45분을 더 이동해 북쪽 부두에 정박했다.

이 같은 가해 선박 ‘후진’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 다음 날 경찰이 공개했던 영상을 토대로 그동안 시긴호는 추돌 직후 그대로 직진한 것으로만 알려져, 해당 크루즈선이 사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은 선장과 승무원들이 추돌 직후 사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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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여객선협회는 1일(현지시간)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허블레아니호(오른쪽)를 뒤따르는 시긴호, 시긴호와 추돌해 선미가 돌아간 허블레아니호(빨간색 원 안), 추돌 후 후진해 사고 지점으로 되돌아왔다가 다시 전진해 현장을 벗어나고 있는 시긴호. 헝가리여객선협회 유튜브 캡처,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헝가리 현지 매체 인덱스는 화면 확대 분석 결과 희미하지만 사고 직후 물에 빠진 5∼6명의 움직임을 볼 수 있으며, 시긴호 승무원들이 황급하게 뛰어다니면서 두 개의 구명조끼를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2분50초 동안 시긴호에서 이뤄진 구조 조치는 이것이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직후 시긴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신고를 했는지도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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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사고 발생지점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일대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이날 헝가리 법원은 부주의·태만으로 중대 인명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는 시긴호 선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리 C’(64)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시긴호 선장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아왔다. 법원은 구속을 명령하면서도 보석금 1500만포린트(약 6200만원)를 조건으로 하는 보석 옵션도 제시했다. 선장은 보석으로 풀려나더라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부다페스트를 벗어날 수 없지만, 검찰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구속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보석을 허용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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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품으로 빨리 돌아오길…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사고가 발생한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편지들이 놓여 있다. 불어난 강물과 빠른 유속 등으로 실종자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선장의 변호인은 시긴호 선장의 무죄를 주장하며 “(선장이 이날 법원 심문에서도) 줄곧 말해온 것처럼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헝가리 당국은 뒤늦게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대형 크루즈 선박의 도심 선착장 이전을 검토하고 나섰으며, 유람선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에도 착수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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