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지연 전략 아닌지도 따져봐야
-기소된 지 7개월째, ‘강제징용’ 실체 파악에 머물러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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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른바 ‘사법농단’의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기소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재판부가 바뀌면 심리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는 임 전 차장이 제출한 기피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날 임 전 차장이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은 추후 지정되기로 했다. 만일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면 새 재판부에서 기록검토를 원점에서 해야 한다. 반대로 기각할 경우 임 전 차장은 ‘항고’와 ‘재항고’ 등 불복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동안 임 전 차장이 재판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차장측은 현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굳게 가지고 있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주일에 3회 재판하는 일정도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다면 사건을 맡을 수 없다. 그 외 검사 또는 피고인 소송관계자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임 전 차장측은 재판부의 주 3회 재판 진행으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여러번 항의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이병세 변호사는 지난달 서류증거 조사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재판부와 설전을 벌인 뒤 법정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현재 재판부는 재판을 주 2회 진행하기로 변경했다.
반면 기피 신청에 소송 지연을 목적이 있다는 게 명백한 경우에는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재판 초기부터 변호인단이 재판부의 재판 일정 지정에 반발해 일괄사퇴한 점, 공판준비기일에 동의했던 증거를 뒤집어 200여명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할 수밖에 없게 한 점 등이 ‘의도된 재판지연 전략’으로 거론된다.
임 전 차장 재판이 ‘급속을 요하는 사안’인지도 쟁점이다.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재판부는 소송의 진행을 멈춰야 하지만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이는 경우와 재판이 급속을 요할 때는 예외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법원은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재판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법원은 처리가 지연되면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킬 염려가 있는 사건, 사안의 파장이 큰 사건 등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정되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일반적인 경우보다 재판기일이 잦은 횟수로 열린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지며 사법농단 전모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임 전 차장 재판은 증인심문 절차를 거치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 거래 부분에 멈춰 진척을 못내는 상황이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의 증거 수집 과정을 일일이 문제삼고, 동의했던 증거들마저 부정하면서 4월 2일에야 겨우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고 있지만 잦은 불출석으로 인해 기일이 다시 잡히곤 한다. 임 전 차장 재판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법원이 개입했는지 여부 외에도 구체적인 사건에 일선 재판부를 사찰했는지,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는지 등 밝힐 쟁점이 여럿 남아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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