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합작사 매각 추진 등 장기화 대비 나섰지만…
미국발 제재에 폭스콘 생산라인 일부 중단…여파 본격화
'최종 비밀병기'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직격탄 가능성
폼페이오, 유럽서 연일 '봉쇄 합류' 촉구…트럼프도 가세
(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욕·베이징=이데일리 이준기·김인경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의 대(對) 화웨이 봉쇄 압박의 강도가 날로 거세지면서 화웨이가 점점 궁지에 내몰리는 양상이다. 화웨이는 해저케이블 합작사 지분 매각 등 ‘장기화’에 대비하며 ‘강 대 강’ 대결을 불사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제재에 이미 일부 생산라인이 축소되는 등 여파는 이미 시작된 듯하다. 미국은 기세를 몰아 미국은 유럽 등 동맹국을 상대로 ‘화웨이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화웨이 ‘장기화’ 준비하지만…제재 여파 시작
3일(현지시간) 미국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해저케이블 합작회사인 ‘화웨이 머린 시스템’(Huawei Marine Systems)의 지분 51%를 중국 최대 전략회사 중 하나인 ‘헝퉁 옵틱-일렉트릭’(Hengtong Optic-Electric)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머린은 미국이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린 화웨이의 68개 자회사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거래제한 기업에 포함된 ‘화웨이 테크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화웨이의 지배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 회사 역시 중국 당국에 의한 스파이 활동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미 일본·호주와 함께 자국에 화웨이 해저케이블이 설치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외교가에선 화웨이의 움직임을 놓고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 즉 전략적 후퇴의 성격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책이 ‘장기화’할 공산이 큰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선구축’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최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각종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기 돌격전이 아닌 장기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미국의 화웨이 봉쇄 여파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EMS)업체인 대만 폭스콘(중국명 홍하이정밀)이 중국 화웨이의 주문 축소에 따라 생산라인을 일부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SCMP에 이처럼 밝히며 “이번 생산라인 중단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봉쇄책 전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질주가 지속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생산라인 축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시장정보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는 1분기 58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 점유율 15.7%로 2위를 지켰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19.2%)와 애플(11.9)과 달리 성장세는 가팔랐다.
화웨이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위기에 처했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셋부터 5세대(5G) 네트워크 기지국 등까지 화웨이가 쓰는 모든 제품을 만든다. 하이실리콤이 생산한 반도체·부품은 거의 전량 화웨이에 납품된다. 런 CEO가 ZTE(중싱통신)와 달리 미국의 봉쇄책에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었다. 그러나 하이실리콘 역시 칩을 생산·개발하는데 있어 미국 기업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게 결정타다. ARM은 반도체 칩 설계의 가장 뼈대가 되는 지적재산권(IP)을 쥔 회사다. 반도체 회사들은 ARM의 기술을 피해 가기 어렵다. WSJ는 “화웨이의 자급자족 계획도 수년간 지연될 것”이라며 “하이실리콘과 화웨이가 기술 진화를 추격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숨돌릴 여유조차 안 준다’…美, 봉쇄 드라이브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숨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는 수준의 공세를 퍼붓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연일 ‘반 화웨이 전선’ 구축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스테프 블로크 네덜란드 외교장관과의 회담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는 우리의 동맹들과 파트너들, 우방들이 공통의 안보 이익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민감한 정보 공유 능력을 제약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화웨이 봉쇄책에 합류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한 자리에서 “한 국가는 (5G 통신) 장비 사용에 대해 자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안보정보 제한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린 데 이은 것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의식, ‘화웨이를 5G 통신사업에서 일부러 배제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들 국가에 ‘안보정보’ 제한이라는 압박카드까지 꺼내 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도 테리사 메이 총리 등을 만나 ‘화웨이 봉쇄책’에 가담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곧 트럼프 대통령의 방영(訪英) 일정에 동참하고자 영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