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헝가리 유람선 인양으로 가닥, 주요 침몰 선박 어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소형 선박 크레인 통해 끌어올려

2년 여 만에 마지막 실종자 발견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가 난 지 닷새째인 3일(현지시간) 오전 한국과 헝가리 양국은 협의 끝에 수중 작업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민간 잠수사를 투입했다. 이들의 작업 보고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헝가리 당국은 이날 수중 수색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의 현장 지휘관인 송순근 육군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의 수심과 유속, 물속 시계들을 고려했을 때 잠수사들이 선체에 진입하는 것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방침을 헝가리 정부가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당국은 5일부터 인양 작업을 시도해 최대한 빨리 인양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째 인양 드물어, 절단 뒤 끌어올려


중앙일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인근 강둑에 크레인이 구조 작업에 사용할 구조물을 내려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상 선박이 침몰하면 실종자 수색뿐 아니라 침몰 원인을 규명하고 환경 오염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인양을 추진한다. 해양사고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15년 해양수산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주요 여객선 침몰사고 8건의 사례 가운데 절반은 인양됐다. 대표적인 게 2012년 1월 이탈리아 서해안 토스카나 인근 질리오 섬 앞바다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다.

기울어진 선체를 바로 세우고 해저면에 플랫폼을 설치한 뒤 철제 물탱크를 배에 붙여 인양하기까지 30개월이 걸렸다. 총 비용만 12억2000만 달러(약 1조4430억원)가 들었다고 한다. 선체 건조 비용의 배를 뛰어넘는다. 타이타닉 호의 2배 크기인 콩코르디아호의 인양 작업은 사상 최대 규모라 세기의 인양 사례로 꼽힌다. 콩코르디아호는 연안에서 좌초돼 선체의 절반 정도만 수면 아래 잠겨 있었으며 이를 13m 가량 수면 위로 띄워 예인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들어 배를 절단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인양하길 원했다.

일반적으론 거대한 배가 좌초한 경우 인양에 앞서 선체를 여러 조각으로 자르는 방식을 택한다. 배를 인양하고 옮길 해상 크레인의 용량이 한정돼 있어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7000t급 이상 외국 선박의 주요 침몰 사례 15건 중 14건 역시 선체를 통째로 인양한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절단, 분리한 뒤 인양하는 방식을 따랐다. 2002년 침몰한 트리컬러호와 2011년 사고가 난 B오세아니아호 등이다.

중앙일보

2012년 1월 이탈리아 서해안 토스카나 인근 질리오 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00t급 이하 중소형 선박은 절단 없이 크레인을 통해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의 무게는 60t 가량으로 체인을 걸어 선체를 세운 뒤 크레인으로 인양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조된 지 70년이 흘러 올리는 과정에서 배가 파손될 우려도 따른다. 로프나 와이어를 걸 경우 모든 위치의 정확한 힘의 균형을 계산해야 한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허블레아니호는 현재 사고지점인 머르기트 다리 인근 섬 아래 임시 정박한 헝가리 육군 소속 전투함이 내린 닻으로 지탱 중이다. 인양을 위해 바지선에 설치된 크레인은 사고 지점 바로 인근서 대기하고 있다.

당국이 인양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1994년 9월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여객선 MS 에스토니아호가 그랬다. 인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관할국인 스웨덴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배를 인양할 경우 시신 일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특별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양을 포기해 논란이 일었다. 지금까지도 유가족은 배의 인양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배와 시신이 떠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선체에 수천 t의 모래와 자갈을 부어 매장했다고 한다. 1년 후인 1995년 에스토니아·스웨덴·핀란드·라트비아·폴란드·덴마크·러시아·영국 등은 에스토니아 협정을 체결해 시민이 난파선에 접근하는 걸 막고 공식적 매장지로 선포했다.

중앙일보

1994년 9월 침몰한 여객선 MS 에스타니아호의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집트 연안 홍해에서 화재로 2006년 침몰한 여객선 MS 알-살람보카치오98호 역시 너무 수심이 깊은 탓에 인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1912년 4월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산에 좌초돼 사상 최악의 해상사고로 꼽히는 타이타닉호도 선체가 심해에 깊게 잠겨 있는 데다 비용과 장비, 인력 등의 문제 탓에 바닷속에 있다.

침몰 2년 후에도 선체 해체 작업 중 실종자 찾아내
인양된 선체에서 극적으로 실종자 시신이 수습된 경우도 있다. 콩코르디아호의 경우 마지막 실종자가 2014년 제노바에서 선체 해체작업 도중 8번 갑판의 한 선실에서 발견됐다. 침몰사고 후 한 달간 30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2013년 10월 31번째 실종자의 유해까지 발견했지만 인도 출신 러셀 레벨로의 시신만 수습하지 못한 상태였다. 레벨로의 형 케빈 레벨로는 페이스북에서 “언젠가 그가 발견될 거라 믿고 기도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