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접경국가마다 방역 안간힘
베트남서는 170만마리 살처분, 태국 50% 감염땐 1.2조원 피해
라오스·미얀마 등도 수입금지
동남아 전역 확산 땐 풍토병 우려
중국으로 재유입 악순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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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중국 대륙을 휩쓸며 돼지고기 파동을 낳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들의 식량안보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ASF로 확산되면서 이웃한 태국ㆍ미얀마ㆍ라오스 국경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악의 경우 ASF가 아세안 전역으로 퍼져 지역 풍토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베트남 현지 언론인 베트남뉴스는 지난 2월 북부 흥옌성에서 ASF가 처음 발병한 베트남은 58개 성과 5개 직할시 중 42곳으로 퍼지면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5%에 해당하는 170만마리를 살처분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13일 살처분비율이 4%였다는 베트남 정부의 발표 이후 보름만에 30여만마리가 추가로 살처분된 것이다.
ASF가 하우장성 등 베트남 남부 9개 성에도 퍼지면서 1158㎞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는 초긴장 상태다. 실제로 베트남과 접한 캄보디아 라따나끼리주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22일 ASF 발병이 확인됐다. 다만 이 지역이 비교적 오지인데다 캄보디아 정부가 베트남산 생돈 및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운송을 차단하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는 퍼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베트남 접경 곳곳에서 돼지 밀수가 계속되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캄보디아내 ASF 발생은 인접한 태국 역시 긴장시키고 있다. 태국 농업부는 자국 내 돼지 50%가 ASF에 감염될 경우 10억달러(약 1조1887억원), 80%가 감염될 경우 피해액이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ASF 차단을 위해 470만달러의 예산을 승인한 태국 정부는 1차 관문인 공항과 국경검문소에서의 검역을 강화하고 돼지 폐사 보고 기준도 강화했다.
베트남ㆍ중국과 인접해 있는 라오스와 미얀마도 ASF 유입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라오스는 베트남산 생돈 및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했으며, 앞서 미얀마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국산 돼지고기 및 관련 제품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의 ASF의 검역ㆍ방역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근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를 인용, 이미 ASF가 발생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통제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한편, 검역 인프라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미얀마와 라오스로의 확산 가능성을 높게 봤다. INRA측은 ASF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돼 풍토병이 되면 중국이 ASF를 잡는 데 성공하더라도 동남아에서 중국으로 재유입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INRA에 따르면 1960년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풍토병이 된 ASF는 완전 근절에 30년 이상 걸렸다.
사이언스는 동남아시아에서 돼지고기가 주요한 단백질 섭취원이라는 점에서 ASF 확산이 각국에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식량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khah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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