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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돼지열병 비상] ③멧돼지 포획틀 설치비 '쥐꼬리'…방역망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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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2억5천만원 편성해 포획틀 514개 지원하는 게 고작

지자체 '가금농가 방역 사업' 예산에서 울타리 설치비 등 지원

한돈협회 "포획틀 효과 미미…총기로 잡아야 개체수 관리 가능"

(전국종합=연합뉴스)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번졌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란 (CG)
[연합뉴스TV 제공]



2007년 러시아, 2014년 리투아니아, 2014년 폴란드 등지에서 발생했을 때 확산 요인으로는 야생 멧돼지가 꼽혔다.

유럽 각국은 멧돼지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ASF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맞닿은 압록강 인접 지역인 북한 자강도 우시군의 한 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발생지는 1곳뿐이지만 더 넓게 확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ASF가 번진 이유야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ASF에 감염된 북한지역 야생 멧돼지나 사체가 한강, 임진강 하구 등 물길을 통해 유입된다면 바이러스가 남쪽에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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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막아라…양돈농장 방역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방역 차량이 ASF 차단을 위해 소독약품을 뿌리고 있다. 2019.5.31



이런 판단에 따라 지난달 31일 강화군 등 남북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한 데 이어 양돈 농가에 야생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는 포획틀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양돈 농가 신청을 토대로 10개 시·도에 포획틀 설치비의 30%인 2억5천443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포획틀이 개당 165만원이라는 점에서 전국에 514개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숫자를 지역별로 구분하면 경북 150개, 전남 103개, 경남 64개, 전북 62개, 충남 60개, 강원 41개, 경기·충북 각 13개, 울산 6개, 세종 2개이다.

전국의 양돈 농가가 6천188곳인 점을 감안하면 포획틀을 설치하는 농가는 10곳 중 1곳도 채 안 되는 셈이다.

후각이 예민한 멧돼지 특성상 한 차례 포획이 이뤄졌던 틀에서는 좀처럼 추가 포획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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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막아라…돼지 채혈하는 방역 관계자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1일 오후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2019.5.31



김정우 대한한돈협회 질병방역위원장은 "외국에서는 포획틀의 효과가 크지 않아 총기를 사용한 야생 멧돼지 포획이 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울타리 설치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역 다툼에서 진 멧돼지가 먹잇감을 찾아 마을까지 내려오는 상황에서 농장이 산지 부근이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양돈 농가 울타리 지원사업은 올해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시·도는 야생 멧돼지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양돈 농가 울타리 설치 지원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정부 역시 올해부터 '가금 농가 CC(폐쇄회로)TV 등 방역 인프라 지원사업'에 양돈 농가 울타리 설치 사업을 넣었다.

각 지자체는 농가 신청을 받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가금류 방역 사업에 포함돼 있어 얼마나 많은 금액이 지원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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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관리 안내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7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오순민 방역정책국장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관리를 안내하고 있다. 2018.12.27



경기도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한 양계 농가 CCTV 설치사업비 일부를 포획틀과 울타리 설치 지원에 투입하고 있지만, 그 금액은 기껏해야 6억∼7억원에 불과한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강원도 역시 1억5천800만원을 국비 배정 전 미리 투입해 43개 양돈 농가의 울타리 설치를 지원하고 있는데, 59개 농가 추가 설치를 위해 7억1천만원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정우 질병방역위원장은 "스페인의 경우 야생 멧돼지로 인해 ASF가 확산한 후 양돈사업을 복구하는 데 무려 35년이나 걸렸다"며 "만약 ASF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내륙에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멧돼지 포획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종구, 박주영, 심규석, 양지웅, 우영식, 홍창진 기자)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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