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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거시건전성의 토대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마저 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의 총체적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경제 핵심지표인 수출과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경제 관련법 등이 표류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력까지 약화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4월 국제수지가 6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데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폭 감소와 해외로의 배당금 지급액 증가 등 일시적ㆍ계절적인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기저엔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그 근본적 원인이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 교역량 및 성장세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선박ㆍ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은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전체 우리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양보없는 전면적인 경제전쟁에 돌입하면서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됐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양국의 글로벌 패권전쟁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이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경제는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대내외 환경 악화와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설비투자는 1년전에 비해 17.4%나 줄어들었고, 건설투자도 7.2% 급감했다. 생산활동이 후퇴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외환경 악화는 치명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부적으로는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실행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을 거듭하며 법안 및 예산(추경안) 심사 등 본연의 업무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지 40일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심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핵심 경제법안들도 겉돌고 있다.
여기에다 노동계와 산업계, 소상공인 등 각 경제주체들은 각 집단의 욕구를 가차없이 분출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주요 경제주체들이 힘을 합쳐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갈등이 심화하며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저조한 노동생산성 등 구조적인 문제도 중첩돼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지난해를 피크로 감소세로 돌아서 내년부터 매년 20~30만명씩 감소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재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이를 위한 노동ㆍ기업지배구조 개혁, 규제개혁 등 경제 체질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우리경제는 19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말 글로벌 금융위기 등 10년 주기로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위기는 대외 충격으로 발생했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림자는 대내외 악재가 복합돼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경제주체들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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