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야 총리 후보들 “NHS, 판매용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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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영국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공공 의료서비스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미·영 무역협상의 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곧 발언을 번복했지만 복지 성역으로 여겨지는 의료보험을 건드림에 따라 영국 내에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방문 이틀째인 4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견고하고 놀랄만한 무역협정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상에서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도 논의 대상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무역협상을 할 때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오른다. NHS나 다른 어떤 것, 그리고 그 이상의 것도 그렇다”면서 “전적으로, 모든 것이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NHS는 1948년 도입된 영국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질병 예방에서부터 치료, 재활까지 포괄적인 보건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보험자 체제로, 비용은 대부분 영국 정부가 부담한다.
영국 내에서 NHS는 매우 민감한 문제인 만큼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후 곧바로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의 요점은 물론 양측이 협상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 직후 영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NHS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영국 ITV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을 진행하는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NHS가 브렉시트 후 무역협상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입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유턴(U-turn)을 했다”면서 “굿모닝 브리튼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NHS가 무역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무역협상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무역(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꿨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NHS에 관한 그의 발언은 영국 여야 정치권의 비난을 샀다.
총리 잠룡으로 거론되는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편집한 동영상을 리트윗하며 “우리의 NHS는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집권 보수당의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도 “NHS는 어떤 국가에도 판매할 수 없으며 내가 총리가 된다면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WP는 “영국 국민들은 자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NHS 관련 발언은 영국인들의 생활에서 가장 신성불가침한 부분을 건드림으로써 여야 정치인들을 화나게 했다”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의 거대한 무역협정을 약속하며 NHS에서 물러섰다”고 해석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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