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탄력근로 확대 막힌 생산현장 "단속 걱정에 매일이 살얼음판" [근로환경 변화, 불안한 기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52시간 유일한 보완대책인 탄력근로제 국회 문턱 못넘어
근로감독관 점검땐 속수무책..도입되더라도 노사 입장차 여전
입법 이후에도 '산 넘어 산'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제 근로감독관이 들이닥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유일한 보완대책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처리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고용노동부의 단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산업 현장에서는 탄력근로제 도입요건을 놓고 노사 간 파열음도 나오고 있어 보완입법 이후에도 단속 우려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업들 "매일 불안하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끝나고 4월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현장 단속이 가능해지면서 300인 이상 기업들은 두 달 넘게 '단속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에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전자, 정유화학, 조선,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주요 제조업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유일한 대응수단인 탄력근로제가 국회 파행으로 입법이 지연되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근로감독관이 근로시간 단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예비점검을 나왔다"며 "다행히 예비점검이라 당장은 넘어갔지만 2~3년마다 모든 설비를 셧다운(생산라인 중단)하는 대정비기간이라 탄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지 않으면 나중에 적발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주 68시간 근무가 가능해 에어컨 생산라인의 경우 4~6월 사이 초과근무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탄력근로제 확대 없이는 정부 단속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데 입법이 지연되면서 주52시간 근로를 초과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경총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종료 당시 탄력근로제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은 단속 유예를 밝혔지만, 입증절차 등 단속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더욱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는 기업이라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자의 신고 시 근로감독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이 지연될수록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속 걱정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걱정과 불만은 높아지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계도기간이 종료된 지난 4월 이후 근로시간 단속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종료됐지만 탄력근로제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 한해 입법 시까지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4월 이후 근로시간 단속건수나 탄력근로제 추진기업 현황은 파악된 게 없다"고 밝혔다.

■입법돼도 '산 넘어 산'

탄력근로제가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갈 길은 멀다. 탄력근로제 도입요건이 까다로워 제도 확대가 여의치 않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 243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탄력근로제를 시행 중인 기업은 138개사로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기업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원칙인데, 사실상 '제2의 임금단체협상'인 셈"이라며 "탄력근로제 확대 협의를 위해 최근 노조에 통보했지만 무작정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