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발부 이후 잠 설치고 / 유가족 거친 항의 받은 후 식사량도 줄어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고유정(36)이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정은 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변호인 입회 하에 진술녹화를 마친 뒤 유치장으로 이동하면서 언론에 모습이 노출됐다. 하지만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머리카락과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고유정의 오른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유정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 후 불상지에 유기하는 등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및 범행도구가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신상공개 사유를 밝혔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앞으로 고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언론 노출 시 마스크를 씌우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별도의 피의자 가족보호팀을 운영하게 된다.
고유정이 구속 이후 심경변화를 보여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시신 유기 장소 등 주요 진술에 나설지 주목된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4일 제주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등 뚜렷한 심경변화가 감지됐다.
고유정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긴급체포돼 제주로 압송된 이후 유치장에서 지내며 식사를 거르지 않고, 경찰 조사에서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유정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 포토라인에 선데 이어 법원에서 나올 때는 피해자 유가족의 거친 항의를 받은 이후 식사량이 현저히 줄고, 조급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유치장 입감 당시에는 다른 피의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간식도 나눠먹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잠을 못 이루거나 식사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는 구속수감된 이후 심경에 변화가 생겨 적극적 진술을 하거나 변호인을 자주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고유정의 향후 진술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로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범행 후 이틀 후인 같은 달 27일 펜션을 빠져나와 이튿날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갔다. 조사 결과 고씨는 배 위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버리는 장면이 선박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고씨의 진술에 따라 해경에 협조 요청을 하고 제주-완도 간 여객선 항로에 대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씨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이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범행 전 휴대전화 등에서 ‘니코틴 치사량’ 등 사건을 암시하는 검색을 수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주를 벗어난 고씨가 완도에 도착한 후 전남 영암과 무안을 지나 경기도 김포시에 잠시 머무른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고씨가 이동 중에 시신을 최소 3곳의 다른 장소에 유기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고씨의 구속 만료일은 오는 11일이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동기와 구체적인 사건 전말을 면밀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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