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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인천농악 갈라쇼’ 인천 전통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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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전 바탕으로 공연… 풍물 탈춤 굿 등 6개 장르 선보여

해학 넘치는 입담에 관객들 환호

동아일보

인천풍물연구보존회가 2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심청전을 바탕으로 펼친 인천농악 갈라쇼 가운데 액을 물리치고 행운을 기원하는 비나리 공연 장면. 인천풍물보존연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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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3시 반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사이로 풍물단이 등장했다. 징 꽹과리 등을 신나게 연주하는 비나리 공연팀 5명이 관람석 맨 뒷자리에서부터 가운데 통로를 따라 무대로 향했다. 인천 대동굿 명맥을 잇는 인천풍물연구보존회의 인천농악 ‘해학과 신명의 연희 노리판’이 시작된 것. 이날 공연을 이끌 심청전 속 심 봉사와 뺑파(뺑덕어멈)가 공연팀을 뒤따랐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연희 노리판’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고사상이 차려진 무대에 오른 심봉사가 “웬 풍장소리랴. 우리 동네에 걸립패가 들어왔나벼”라고 너스레를 떨자 뺑파는 “걸립패가 아니라 노리패가 연희 노리판을 펼친대요”라고 맞장구치며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판소리 ‘심청전’을 바탕으로 농악 풍물 탈춤 굿 같은 장르를 6개 레퍼토리로 나눠 선보인 갈라쇼 형식이었다. 전통 타악·기악연주단, 풍물단, 무용수를 비롯해 약 30명이 출연했다. 당초 1시간 반가량을 예상했던 공연시간은 관객과 함께하는 순서가 많아지면서 2시간을 넘겼다.

막은 걸립패의 문굿이 열었다. 문굿은 임진왜란 때 인천 문학산성에서 의병을 모아 왜병에 맞서 싸웠던 인천부사 김민선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열던 굿이 대대로 이어진 것이다. 걸립패 대장 격인 풍물재비가 고사상 앞에서 살풀이와 액풀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었다. 관객들의 액을 쫓고 행운도 빌어주는 일종의 지신밟기였다.

이어진 무대는 5명의 악사가 꽹과리 징 태평소 피리 장구로 연주하는 가락에 맞춰 잡귀를 쫓고 마을의 평안을 비는 사자춤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자춤에 요즘 세태에 맞는 재담을 곁들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한다는 춤인 태평무와 향피리 대금 해금 같은 대나무 관악기 연주인 대풍류, 전남 진도의 농부들이 추던 진도북춤, 사물놀이 장단에 맞춘 신명나는 판굿이 연이어 펼쳐졌다. 심봉사와 뺑파는 레퍼토리가 바뀔 때마다 해학 넘치는 입담을 자랑했다.

공연 중간에 객석을 돌며 연기자들이 엿을 팔자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엿을 청했다. 생강엿 꿀엿 호박엿 조청엿 같은 조선 팔도의 엿을 읊어대는 엿가위장단에 맞춰 관객들은 엿치기를 했다. 이 엿은 인천 부평구 청천동 엿공장에서 만든 인천엿으로 그다지 달지 않고 입안에 달라붙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인천풍물연구보존회가 지난해 11월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야외공연장에서 선보였던 인천농악을 꾸민 것이다. 원형을 재현한 인천농악은 다음 달 인천 월미도에서 다시 공연할 예정이다. 보존회는 올해 말 인천농악 전 장면과 음원을 CD로 제작할 계획이다. 보존회는 미추홀구 주안동 사무실에서 사물놀이와 판굿 기초반,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실버풍물단과 30, 40대 약 30명으로 구성된 젊은 연희패 ‘풍년예술단’도 보존회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연습한다.

노종선 인천풍물연구보존회 회장(63)은 “사라져가는 인천농악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 레퍼토리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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