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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20대 新양극화②] “돈 없어 취업 늦었더니...‘늙은 부모’ 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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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진급, 학업문제서 골머리 썩는 ‘늦깎이 취업생’

-미취업자 증가하면서…취업시장 나이격차도 점차 증가

헤럴드경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열람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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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20대 신(新)양극화’ 현상은 취업 전쟁터를 지나고서도 재현된다. 취업이 늦은 ‘늦깎이’ 신입사원들의 인생설계도 또래 친구들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늦깎이 신입사원 상당수는 향후 결혼이나, 진급, 추가적인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주위 친구들보다 늦어져 소외를 느끼게 된다.

신입사원 문예선(30ㆍ가명) 씨는 “대학 입시 3수보다 취업시장에서 3수를 하는 것이 더 타격이 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오랜시간 취업준비를 거친 끝에 원하는 직군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이젠 결혼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만나는 연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준비를 빨리해야만 할 것 같다. 자신을 늦게 낳고 이후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울러 늦둥이였던 자신의 어린생활을 생각하면 ‘엄마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빠졌다. 문 씨는 “유치원 시절 철없게 ‘우리엄마는 왜 다른 젊은엄마들과 다르게 나이가 많나’ 불만이 컸다”면서 “나처럼 내 자식이 상처를 받고 자랄까봐 미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해 공기업에 합격한 심모(32) 씨는 월급의 80% 이상을 꼬박 저축에 할애한다. 남들보다 취업이 늦은 만큼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이에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면서 알뜰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심 씨가 가장 부러운 것은 20대 중반에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기들이다. 심 씨는 “차를 샀다며 드라이브를 시켜주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면서 “한정된 용돈으로 생활하다 보면, 옷도 마음대로 못사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사먹는 게 가장 스트레스”라고 했다.

일부는 결국 원치 않는 직장에 취업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언론사 프로듀서(PD)가 꿈이던 석모(32) 씨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2년전 조그만 광고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다. 사람이 적은 탓에 업무량도 많았다. 석 씨는 얼마 못가 회사에 사표를 냈다. 이후 많은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회사에선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석 씨는 “나이때문에 PD의 꿈을 접고 광고회사에 들어갔을 때, PD가 되지 못한 것도 아쉬웠지만 너무도 열악했던 근로조건이 나를 더욱 서럽게 했다”면서 “직장을 계속 바꾸다보니까 쌓이는 경력도 일천하고 나이만 먹는 것 같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최근들어 신입사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신입사원 사이에서도 고령자와 연소자 사이의 격차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크루트가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2018 채용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들의 평균연령은 27세. 이중 최고령은 31세였고 최연소는 24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세 ‘빠른’ 신입사원과 31세 ‘늦깎이’ 신입사원 사이에서는 7살의 나이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 30세 이상 신입사원 지원자 수도 큰폭으로 늘었다. 전년도 상반기 만 30세 이상 신입사원 지원자 수는 18만5001명으로, 지난 2013년 같은조사에서 14만1214명이 나온 데 비교했을 때, 5년새 31.0%가 늘어났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난을 피해 추가 학위에 도전하거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이른바 ‘늙은 신입사원’ 또는 ‘취업 장수생’이 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들은 불안한 청년층의 고용실태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최근 젊은 세대에 대한 고용안전망은 튼튼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청년층이 현재 노동시장에 안착하기 힘든 상황인데, 취업전선에서 밀려날 경우 경제적 불평등이나 빈곤에 시달리게 된다. 청년층의 고용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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