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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완전범죄 꿈꿨나…범행 곳곳서 범행 계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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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없는 펜션 예약…일부러 그랬나

공범 없나, 제주 올 때 끌고 온 차량에 시신 담겨

전남편 휴대전화로 본인에게 '미안하다' 문자 보내

신상 공개됐지만, 얼굴 푹 숙여 사실상 비공개

아시아경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제주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로 구속된 고유정(36)의 범행이 수사가 진행될수록,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유정은 범행 장소인 제주 펜션에 전남편보다 미리 도착했다. 고유정이 예약한 펜션 폐쇄회로(CC)TV는 소위 깡통 CCTV로 작동하지 않는 CCTV였다.


그런가 하면 범행 직후 전남편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훼손한 시신은 제주~완도 해상 등 여러 곳에 유기해 사건 발생 14일인 지금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유정은 이른바 '완전범죄'를 기도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 전남편 25일 만나기로 하고 8일이나 앞서인 18일 먼저 제주 도착

사건이 일어난 날은 지난달 25일이다. 이날은 강 씨가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행사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충북 청주에 살고 있던 고유정은 이보다 앞서 18일날 제주에 들어왔다.


전남편 강 씨가 펜션에 도착하기보다 8일이나 먼저 제주에 들어온 셈이다. 고유정이 △제주에 올 때 누구와 함께 왔는지, △아니면 아예 제주에서 범행 조력자를 만났는지, △8일 동안 뭘 했는지, △자신의 차량은 왜 끌고 왔는지 등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유정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펜션은 주인이 없는 무인 펜션으로 알려졌다. 또 CCTV도 없어 펜션 내·외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전남편을 만나기로 한 25일보다 앞서 제주에 들어온 고유정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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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제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남편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미안하다' 문자 보내

고유정의 완전범죄 계획은 범행 과정 곳곳에서 드러난다. 고 씨는 범행 당일인 25일 오후 4시20분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 아들(6)을 만났다.


하지만 강씨는 귀가하지 않은 채 연락이 끊겼고, 27일 강씨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전남편을 만난 당일인 지난달 25일을 범행이 일어난 날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우발적 살해"라고 진술했다. 정당방위 취지의 진술인데, 남편이 가해를 하려하자 어쩔 수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어 고유정의 휴대전화에서는 전남편이 보낸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고 씨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이 메시지는 고 씨가 전남편 휴대전화로 본인에게 전송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고유정은 경찰에서 전남편이 펜션에서 갑자기 가해 행위를 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는 게 고유정 기존 진술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확인 결과 고유정이 전남편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기 자신에게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런 근거 등을 토대로 경찰은 계획적인 범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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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고유정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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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범행 저지르고 28일 여객선 올라…3일 동안 뭐했나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고 씨는 26일 퇴실 처리를 했고 다음 날인 27일 낮 12시께 고 씨만 혼자 큰 가방 2개를 들고 펜션에서 나왔다. 전 남편인 강 씨가 펜션을 나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로 밝혀진 고유정의 범행 당시 상황을 시간대 순으로 종합하면 25일 전남편을 살해하고 26일 펜션 퇴실 처리한 뒤, 27일 낮 12시께 큰 가방 2개를 들고 나왔다. 이후 28일 오후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범행 직후인 25일을 기준으로 보면 고 씨는 여객선에 올라타기까지 약 3일간의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이 시간 동안 고유정은 전 남편의 시신 훼손과 유기를 위한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고유정은 28일 여객선에 오르기 전 이날 오후 6시30분께 제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과 캐리어 가방을 구매했다.


이어 8시30분에 여객선에 선승한 시간을 고려하면 약 2시간 동안 훼손된 시신을 봉투에 나눠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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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의 펜션 수색 과정에서 강씨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다. 혈흔은 펜션 욕실 바닥과 거실, 부엌 등 실내 여러 곳에서 상당량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면 욕실 바닥 등 혈흔이 검출된 장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렇게 시신 일부들이 담긴 봉투들은 지난달 18일 고유정이 제주에 올 때 끌고 온 차량에 담겼다. 이 차량과 함께 고유정은 28일 오후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훼손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유기하는 장면이 여객선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CCTV에 이 모습이 찍힌 시간대는 고유정이 승선하고 약 1시간이 지난 뒤인 오후 9시30분께다. 봉지를 해상에 버린 시간은 약 7분이다.


이후 봉투에 담긴 남은 시신 일부는 전남 완도군 도로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집 인근 등에서 유기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시신 찾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장소에서 유기된 시신 일부가 발견될 수도 있다.


한편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원회를 열고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 후 불상지에 유기하는 등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도구가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며 "국민의 알권리 존중 및 강력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유정의 얼굴은 6일 오후 6시35분께 고씨가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끝내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서 공개됐다. 다만 고씨는 머리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이동해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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