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60일째, 집권 보수당 대표서 물러나
새 당대표 선출투표 13일 시작…7월말 확정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관저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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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전후 최대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하기 위해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취임 1060일째인 7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2016년 7월13일 취임사에서 "브렉시트 재투표는 없다. 모두를 위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던 메이 총리는 결국 브렉시트의 벽도, 분열된 여론도 극복하지 못했다.
새 브렉시트 총리인 보수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절차는 오는 13일 첫 투표를 시작으로 7월까지 이어진다. 복잡한 경선을 거쳐 당대표가 확정되는 7월 말까지 약 6주간 메이 총리가 임시총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메트로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후임인 보수당 신임 대표가 선출돼 차기 총리로 취임하는 시기는 7월 넷째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당대표 후보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부 장관,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부 장관 등 10여명이다. 오는 10일 오후 5시 후보등록이 마감되면 13일부터 투표가 시작된다. 먼저 당내 하원 의원들이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경선이 거듭된다.
이어 2단계로 전국 보수당원 약 12만5000명이 최종 후보 2인을 놓고 우편으로 최종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나서야 영국의 새 총리이자 보수당 대표가 탄생하는 것이다. 메트로는 "메이 총리가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관저를 떠나는 '마지막 날'은 아니다"라며 "7월22일이 시작되는 주에야 새 총리가 선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당 위원회가 경선규칙을 일부 개정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당 대표가 확정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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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차기 총리로는 강경 브렉시트파인 존슨 전 장관이 가장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아무런 협상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조차 불사하겠다는 존슨 전 장관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1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조차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신임 총리후보를 깊이 우려하는 의원들이 다수"라며 "존슨 전 장관이 당대표가 될 경우 즉시 총리직에 대한 불신임투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날 보도했다.
존슨 전 장관은 최근 영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좋아했다. (총리가 된다면)매우 잘할 것"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보수당 중도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10월31일 예정된 브렉시트에 실패하게 되면 우리는 존재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새 총리가 임명되기 전까지 그간 브렉시트로 인해 제대로 살피지 못한 국내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0억파운드 규모의 교육관련 대규모 재정지출프로그램을 비롯해 정신건강, 육아휴직, 기술 등과 관련한 정책을 매주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FT는 또 다른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하지만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데 필립 해먼드 재무부 장관이 반대하고 있어 내각 내 갈등이 예상된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러차례 고위급 회의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용주의 성향으로 알려진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로 전후 최대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하고 EU 탈퇴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3년에 가까운 시간에도 의회의 과반수 지지를 얻을 만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도리어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휩쓸리며 '허수아비 총리'로 비판받았다. 집권기간 장관급 이상 고위직만 무려 36명이 내각을 이탈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마련 과정에서 소통없이 강경 일변도로 국정을 이끌었던 것이 기존 지지층마저 이탈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취임 당시 분열과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하고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화'와 '균형'에 방점을 찍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결과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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