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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유치원 갈등’ 재연되나… 집회에 ‘에듀파인’ 소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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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도전받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

세계일보

올해 초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치원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립유치원장들이 교육당국의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예비 유치원 교사들은 국공립유치원 민간 위탁 경영을 허용하는 법안에 반발해 국회로 몰려갔다. 정부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의 기틀이 될 ‘유치원 3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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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해 10월1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슈 잠잠해진 틈타 “에듀파인 무효” 기습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원아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160여명은 지난달 24일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교육부령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3항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해당 규칙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앞서 교육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원아가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소송을 제기한 사립유치원장들은 “교육부가 법률 개정도 없이 하위 규칙을 개정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하려 한다”며 “이는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른바 ‘사립유치원 사태’가 한창 논란이던 지난 2월 국회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자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공포한 바 있다.

사립유치원장들은 에듀파인을 의무화할 경우 숙달된 행정요원이 추가로 필요하며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상시 감시할 우려가 있고, 사립유치원장의 자율성 박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립유치원은 운영경비를 대부분 경영자가 조달해야 하므로 전액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각급 학교처럼 에듀파인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측은 “일부 원장들이 소송을 낸 것으로 안다”며 “한유총 차원에서 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소장을 전달받아 법리검토 중”이라며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은 유치원 3법 개정과는 별개로 분명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사립유치원도 현행법상 학교에 해당하므로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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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유치원 교사들이 7일 국회 앞에서 국공립유치원의 민간 위탁 경영을 허용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교사들 “유아교육법 개정안 철회하라”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는 예비 유치원 교사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 ‘국공립유치원 위탁 경영 반대 연대’를 중심으로 모였으며 현직 교사와 학부모 등도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공립유치원과 설립·경영 주체가 다른 사립유치원을 ‘위탁’이라는 명분으로 공립화하면 유치원 비리가 국공립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며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이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국공립유치원 수만 늘리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국공립유치원 경영을 사학법인이나 국립학교, ‘사학법인이나 국립학교에 준해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로 학부모협동조합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단체들 역시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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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가운데)과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용진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갈등 커지면 유치원 3법 통과 쉽지 않을듯

유치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오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갈 예정인 유치원 3법 통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유총에 우호적 입장인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불참하고 있는 데다 돌아오더라도 당내에서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사회적 논란까지 일면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유총이 힘을 보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지난 3월 ‘개학 연기’에 나섰다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사단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유총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 5일 각하됐다. 각하는 재판부가 소송 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집행정지를 신청한 한유총 김동렬 이사장이 감독청인 서울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적법한 대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예정대로 한유총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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