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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반나절] 지하철 개표구 앞에서 '부정승차' 관찰한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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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반나절 시리즈 1회는 지하철 개표구에서 4시간을 보내며 부정 승차자들을 관찰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2014년~2018년 도시철도 부정승차 단속현황'에 따르면 부정승차 적발 건수는 2016년 56,952건, 2017년 59,374건, 2018년 64,265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적발된 부정승차자 수는 실제 발생 건수의 채 10%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적발되지 않은 수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승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6월 초, 지하철 부정승차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1호선의 한 지하철역 개표구를 찾았다. 표적으로 삼은 개찰구는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장애인 및 노약자 전용으로, 평소에도 부정승차자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제보를 받은 곳이다.

관찰 결과 이 역의 장애인 전용 개표구는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대지 않고 지나가도 가림막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 개찰구를 그냥 지나갈 경우 "뒤로 물러서 주세요 카드를 먼저 대 주십시오"라는 경보음과 함께 불이 번쩍였으나 경고음의 소리가 워낙 작고 불이 번쩍이는 시간도 짧아 이를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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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승차자 조사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부정승차는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또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지켜봤다.

■ 1시간

30분 동안 단 한명의 부정승차자도 없어 '괜한 취재를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 첫 번째 부정승차자가 나왔다. 첫 부정승차자는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행상인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카드를 찍지 않고 개표구를 지나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이후 30분 동안 22회의 부정승차가 발생했다.

■ 2시간

취객의 난동으로 역사에 소동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찾아왔고 이 덕분에 부정승차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찰들이 개찰구 근처에 머무는 30여분 동안 만큼은 부정승차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앞에서 부정승차를 한 시민은 단 한 명 뿐이었으나 이 용감한 시민(?)은 그저 경찰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는지 뒤늦게 경찰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갔다. '감시자'가 있다면 부정승차가 줄어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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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간

3시간이 지났을 무렵 부정승차자 수는 55명까지 늘어났다.

■ 4시간

퇴근 및 하교 시간이 되면서 지하철 이용객들이 늘어났지만 부정승차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마지막 한 시간 동안 10명의 부정승차자가 더 추가되면서 4시간 동안 집계된 부정승차자 수는 총 65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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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명의 부정승차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부정승차를 했는지 그 유형을 유형을 나누어 보았다.

1. '무쏘의 뿔' 형 (47명, 72%)

가장 많았던 유형으로, 다년간의 부정 승차 경험을 바탕으로 듯 물흐르듯 갈 길을 간 유형이다. 이들은 서두른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으며 일상적인 행동을 하듯 부정승차를 했다.

2. 연극형 (3명, 5%)

"어? 카드 찍는 곳이 왜 없지? 이상하다"

"출구를 잘못 나온 것 같은데..."

개찰구 앞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혼잣말을 하며 부정승차 당위성을 알린 뒤 개표구를 지나가는 유형이다. 바로 앞에 앉은 기자의 눈을 보며 기자에게 직접 변명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3. 기차놀이형 (4명,6%)

"여보 내 뒤에 꼭 붙어요"

다정한 부부가 한 몸처럼 개표구를 지나갔다. 앞 사람이 지나갈 때 딱 붙은 뒤 한 명만 교통 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은 보통 가족 단위(중년 부부, 아이와 부모)가 자주 하는 부정승차 방법이지만, 간혹 모르는 사람의 뒤에 딱 붙어 따라가는

부정승차자들도 있다.

4. 돌진형 (8명, 12%)

경보나 달리기를 하듯 지적할 새도 없이 아주 빠르게 개찰구를 지나가는 유형. 이들을 관찰하려고 했을 때 그들은 모두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5. 그 외 (3명, 5%)

무임승차 대상(장애인, 노인)이 아닌 사람이 무임승차 카드를 찍고 지나가는 모습도 발견됐다. 무임승차 대상 카드는 태그 시 불빛의 색으로 분간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청소년이나 무임승차 대상이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발급받은 카드를 사용하는 유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부정승차 유형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우대용 교통카드 사용자 중 100세 이상 어르신들의 사용 내역을 서울교통공사와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본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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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네 시간 동안 한 역의 특정 출구 앞 개표구에서만 부정승차자 65명이 집계됐다. 다른 출구, 다른 역, 그리고 전국 지하철까지 확대 조사한다면 얼마나 많은 부정승차가 매일 발생하고 있을지, 또 그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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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단속이 필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지하철 직원은 "매일 하는 일 외에도 민원 처리 등 갑자기 발생하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부정승차자를 단속하려면 개표구마다 직원 한 명 이상이 온종일 상주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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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의 증가로 무임승차자 대상자가 늘어나고 여기에 부정승차까지 증가하면서 지하철은 막대한 운영 적자를 떠안고 있다. 부정승차는 요금을 제대로 지불하는 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돌리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이를 지켜보는 타인에게 전염되고 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피해를 가중한다. 부정승차자들의 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요구되는 바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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