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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변종 많은 에이즈 차단할 단백질 설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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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우 교수팀 등 국제연구팀

경향신문

서울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에이즈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병우 서울대 약학과 교수(사진)팀과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공동 연구팀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막을 수 있는 특정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에이즈는 몸 안에 들어온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껍질에 붙은 단백질이 체내 면역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구조로 생기는 병이다. 이 때문에 HIV 단백질과 인간 면역세포 단백질이 접촉하는 것을 막아 에이즈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세계 각국에서 연구 중이다. 문제는 HIV 단백질의 모양이 매우 다양해 특정 항체나 백신을 만들어도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못의 모양이나 길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망치나 드라이버가 필요한 것처럼 HIV 단백질의 변종마다 다른 형태의 약물이 필요해 근본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의료계에선 보통 3가지 치료제 성분을 섞어 처방하는 이른바 ‘칵테일 요법’을 쓰고 있다. 칵테일 요법을 꾸준히 받으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낮추면서 당뇨 같은 다른 만성 질환자와 비슷하게 수십 년간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HIV에 감염된 사람은 3700만명에 이른다.

연구진은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 방법을 만들기 위해 2017년까지 알려진 6000여개 HIV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뒤 공통된 특징을 바탕으로 ‘콘엠(ConM)’이라는 단백질을 설계했다. HIV 단백질의 특징을 아우르는 일종의 공통 분모를 만든 것으로 콘엠을 활용하면 에이즈를 막거나 치료하는 광범위하고 손쉬운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연구진은 토끼와 짧은꼬리원숭이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콘엠의 기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병우 서울대 교수 등 연구팀은 “단백질의 형태가 자꾸 변해 치료법 개발이 힘든 독감과 에볼라, C형 간염에도 이번 연구 방법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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