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엉덩이·척추 근육 자극
심장·폐·뇌에 혈류 공급 원활
혈압·콜레스테롤 적정 관리
‘계단 오르기는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계단을 놔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곤 한다. 그만큼 계단 오르기는 실천이 어렵다. 계단 오르기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유용한 ‘생활 속 헬스장’이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고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다. 매일 몇 분씩만 계단 오르내리기에 투자해도 뚜렷한 건강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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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전지영(33)씨는 연초에 ‘운동 꾸준히 하기’ 목표를 세웠다. 어떤 운동을 해야 부담은 적고 효과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1월 중순부터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퇴근 후에 따로 운동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전씨는 사무실이 있는 10층과 거주하는 아파트 8층을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며 건강을 다졌다. 그는 “계단을 오르고 나서부터 체력이 부쩍 좋아졌다”며 “계단 오르기만으로 체중이 한 달에 1㎏가량 빠졌다”고 했다.
운동은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인은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운동이 제격이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이런 사람을 위한 맞춤 운동법이다. 다리·엉덩이·척추의 다양한 근육을 자극해 심장·폐·뇌로 가는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15분 정도 오르면 150㎉ 소비
계단 오르내리기는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계단을 15분 정도 오르면 150㎉의 열량을 소비할 수 있다. 열량을 이만큼 소비하려면 자전거 타기는 30분, 조깅·수영은 20분 해야 한다. 아주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이두형(정형외과) 교수는 “계단 오르내리기는 빨리 걷기와 비교해도 두 배 정도의 칼로리가 더 소비된다”며 “결과적으로 체중 조절이나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걷기는 자신의 체중을 평행하게 이동하는 반면에 계단 오르기는 중력에 저항해 자신의 몸을 위로 끌어당겨야 해 에너지가 훨씬 많이 소모된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강력한 속도나 힘이 필요하진 않지만 지구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지구력 강화 운동은 체내 혈액과 산소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20층(100~150칸) 이상의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1% 이상 낮았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면 유산소 운동은 물론 근력 운동의 효과를 얻는다.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넓적다리 근육과 정강이 앞쪽 근육을 활성화해 몸을 위로 끌어올린다. 이때 다리 뒤쪽 가자미근과 허벅지 뒤 근육인 햄스트링은 무릎을 고정하고, 엉덩이 근육과 척추 세움근은 몸이 앞으로 굽는 것을 방지한다. 이두형 교수는 “계단 오르내리기는 허벅지·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하는 동작이나 근육의 움직임은 허리와 척추 근육도 발달시킨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얼마만큼 해야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인제대 일산백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연구팀은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20~64세 병원 직원 114명(운동군 57명, 대조군 57명)을 대상으로 계단 오르내리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운동군 57명은 최소 3층 이상의 계단을 3개월 동안 주 5회, 하루 평균 4.3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결과 3개월 전보다 수축기 혈압(㎜Hg)은 121±11.1에서 114.6±11.9, 이완기 혈압은 73.7±7.8에서 70.2±8.5로 낮아졌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dL) 수치 역시 100.1±32.6에서 91.6±27.2로 개선됐다. 연구를 진행한 일산백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문정화 건강운동관리사는 “혈압과 지질 개선은 물론 심폐지구력과 다리 근력, 균형 잡기 능력이 고르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속도는 평지 걷기보다 조금 빠르게
이처럼 신체활동량이 부족한 직장인은 출퇴근할 때나 식사하러 갈 때, 업무상 층간을 이동할 때 등 틈나는 대로 하루에 3층 이상 계단을 5회가량 꾸준히 오르락내리락하면 건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문 건강운동관리사는 “낮은 층에서 일하거나 거주지 계단이 부족하다면 2층 이상의 계단을 하루 10회 이상 하는 식으로 반복 운동을 하면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단을 오를 때는 발바닥 전체를 디딘 채 평소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게 좋다. 팔을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면 추진력을 얻어 좀 더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는 계단의 층수가 많아질수록 허리가 굽고 골반이 틀어지곤 한다. 이때는 가슴을 펴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오르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펴지고 골반이 제자리를 찾는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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