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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교실 공기청정기 예산 있나”“노후 건설장비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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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결 ‘신 만민공동회’

국민패널 300여 명 열띤 토론

논의 내용 검토 후 의제로 확정

중앙일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신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생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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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을 땅속에 묻고, 가로수가 무성하게 자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인천 서구 택시기사 김영환 씨)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 육상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를 전체 항구로 보편화해야 합니다.”(경기도 평택시 천세환 씨)

9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기후환경회의)’가 주최한 ‘미세먼지 신(新)만민공동회’에서 시민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인 기후환경회의와 KBS는 9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신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를 진행했다. 만민공동회는 1898년에 독립 협회의 주최로 서울 종로에서 열린 대중집회를 말한다. 이번 신만민공동회는 기후환경회의가 지난 4월 29일 출범식에서 발표한 ‘국민 소통과 참여에 기반을 둔 의제 발굴 및 공론화’의 첫 단계다. 이날 토론에는 지난 1일 출범한 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참여단과 택시기사·교사·주부·자영업자 등 시민 300여 명이 국민 패널로 참여해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온 김연진 주부는 “집에서 2~3㎞ 떨어진 10차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매연 탓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경유차를 줄이고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수연(원정고 2학년) 양은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면 입 안이 까끌까끌해지고, 렌즈를 낀 눈이 따가워진다”며 “방과 후에는 맛있는 떡볶이도 못 먹는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주부 이채순 씨는 “미세먼지 취약층인 어린이를 챙기겠다고 했는데, 과연 교실 공기순환장치를 설치할 예산은 확보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건설분야에서 일하는 이경복 씨는 “노후한 건설기계 중에는 외환위기 때 등록이 말소됐는데도 여전히 어디선가 사용되고 있다”며 “이들 장비는 정기검사도 못 받고, 엔진 교체 혜택도 못 받고 있다”며 해결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미세먼지 피해자라고만 생각해서는 해결 실마리 찾기 어렵다”며 “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참여자의 발언에 감명도 많이 받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담대하고 과감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지역 몇 곳을 찾아 직접 타운홀 미팅도 하고, 중국과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회에서 분석과 검토, 정부·지자체·산업계 협의체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제로 확정될 예정이다. 의제가 정해지면 다시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 과정과 국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논의를 시민 의견을 청취하게 된다. 최종적인 논의 결과는 오는 9월 기후환경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에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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