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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타다건 택시건 무슨 상관인가요? 손님만 좋으면 그만이지"...웨이고 만든 김재욱 타고 솔루션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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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고가 시장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시장에서 스스로 가격을 정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어요. 웨이고는 다음 혁신의 씨앗이 될 겁니다.


지난 5일 만난 김재욱 타고솔루션즈 부사장은 웨이고 택시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택시 회사 태평운수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월급제와 강제배차로 승차거부 없는 프리미엄 택시 '웨이고 블루'를 만들며 택시 업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폴인 스터디 '넥스트 리더 인 모빌리티'에서 '앙시앙레짐(ancien régime·구체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조건'을 주제로 강연을 부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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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운수 대표이자 타고솔루션즈 부사장인 김재욱 대표가 웨이고 론칭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대원 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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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웨이고 블루는 기존 택시와 차별점이 뚜렷한데요, 웨이고 택시 서비스가 나오게 된 배경은 뭔가요.

A : 사실 택시 시장의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는 건 가격(요금)과 총량제 때문입니다. 정부가 택시의 총량도 정하고 가격도 정합니다. 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서 가격을 정하는 건데, 공급과 가격이 통제되는 거죠. 공급자가 이 두 가지를 조절할 수가 없어요. 이걸 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법을 집요하게 들여다본 끝에 사문화된 조항을 찾아내 웨이고 택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격과 총량을 깨지 못했다는 점에선 웨이고도 마찬가지예요. '부가서비스 요금'이라는 명목의 추가 요금을 받은 것뿐이죠. (※웨이고는 3000원의 부기서비스 요금을 받는다)




Q : 택시가 추가 요금을 받는 건 불법 아닌가요?

A : 불법이죠. 하지만 '구멍'을 찾았어요. 여객사업자운수사업법을 보면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 조항이 있어요. 택시 프렌차이즈업이 가능하도록 한 법입니다. 택시 프렌차이즈업을 하면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추가 요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이 조항을 발견하고 웨이고 론칭 프로젝트에 들어가자 국토교통부에서도 고마워하더군요. 기존의 제도를 없애거나 바꾸지 않고 현재 법 안에서 '혁신'을 만들어낸 거잖아요. (※실제로 지난 3월 20일 웨이고 호출 서비스 론칭 현장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Q : 웨이고 호출 서비스는 택시 프렌차이즈업이군요?

A : '프렌차이즈 사업 방식을 통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가격을 올린다'는 방법은 찾았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어요. 가맹사업 인가를 받고 가맹점주를 모으는 게 상식인데, 운수업의 경우 가맹점주를 모아와야 가맹사업 인가가 나오는 겁니다. 택시 기준으로 4000대를 모아야 했는데, 인가도 없는데 어떤 택시업체가 복잡한 약관에 사인하겠습니까? 사업의 기본은 아무 데나 사인하지 않는 건데 말입니다.





Q : 왜 순서가 거꾸로 돼 있었던 겁니까?

A : 카카오 택시 서비스가 론칭하기 전엔 전화로 콜을 받던 업체(콜센터)가 많았어요. 가맹 사업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은 콜센터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 집어넣기 위해서 만든 거였어요. 법과 제도라는 게 이런 게 많습니다. 어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넣다 보니 나중에 다른 상황에서 그 조항이 독소 조항이 되는 거죠.




Q : 그런데도 웨이고는 시장의 가격을 바꾸었습니다.

A : 한 가지 더 있어요. 택시는 제품 외형도 규제를 받아요. 서울 시내 모든 법인 택시는 꽃담황토색이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태평운수 택시를 타고 서비스에 만족했어도 길가에서 그 택시를 발견해서 탈 수가 없는 구조에요. 제가 프랜차이즈 사업방식을 통해서 반드시 바꾸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저 외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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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론칭한 웨이고 택시. 꽃담황토색의 기존 서울 택시와 달리 흰색과 파란색으로 칠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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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십수 년 동안 사문화되어 있던 조항을 들춰내 1년간 정부부처와 택시업체들을 찾아다닌 끝에 지난 3월 웨이고를 론칭했다. 그 '내공'의 기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택시 앱 서비스가 등장할 당시 9000 대의 택시를 모아 카카오 콜을 받는 ‘카카오택시’로 운행하게 했고, 같은 해 카카오 블랙이 론칭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타다' 서비스 기획 당시 쏘카 측으로부터 "택시업계를 끌고 들어와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한다.



Q : 타다가 열풍인데, 타보셨나요?

A : 깨끗한 차, 친절한 기사 같이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보면 분명 혁신적이더군요. 하지만 택시업계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 부러운 측면이 있어요.




Q : 무슨 말인가요?

A : 타다는 렌터카를 빌려서 인력업체로부터 기사를 공급받아 운영합니다. 타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택시업체는 허가받은 차량 이상으로 늘릴 수 없어요. 기존 택시 번호를 말소해야 새 차량을 공급할 수 있어요. 차량이 늘면 기사도 늘어야 하는데 타다는 인력업체를 통해 언제든 늘리고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업체는 그렇게 하질 못해요. 새로 채용할 기사가 택시 면허를 받는 데만도 최소 두 달이 걸리죠. 기존 택시 업체 입장에선 이런 게 다 제약입니다. 하얀 번호 판(렌터카) 건 노란 번호 판(운수업체 택시)이건 무슨 상관인가요. 손님만 좋으면 되는 건데요.




Q : 타타는 운수사업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차량을 기사를 함께 빌려주는 식으로 접근한 겁니다.

A : 규제를 피하려는 건데,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운수사업자기 때문에 그렇게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합니다. 제가 사문화된 조항을 끄집어내 프렌차이즈업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건 그래섭니다.




Q : 타다 등장 이후 후진적인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는데요.

A : 택시가 타다처럼 어떤 택시를 타도 친절하고 깨끗하다는 경험을 주지 못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1000대의 타다와 25만대의 택시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25만 대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과 1000대를 관리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에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가격을 시장에 맡기면 해결될 수 있어요. 높은 가격대의 고급 택시와 서비스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택시로 분화될 테니 말입니다. 타다도 택시보다 20% 정도 비싸죠.




Q : 택시 기사와 타다 측이 대립하고 있는데요, 혁신의 비용을 사납금에 시달리는 택시 기사가 다 짊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A : 사납금 제도가 나온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택시 기사는 외근직이잖아요. 완전 월급제의 경우 나가서 내내 놀다가 월급만 가져가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사납금입니다. 차량 유지와 보수, 보험, 인건비 등 기본 운영비를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고 나머지는 기사가 가져가는 일종의 '인센티브 방식'입니다. 사납금이 지나치게 높아 기사의 수입가 낮다면 가격 등과 연동해 풀어야 할 문제지만, 사납금 자체가 악의 축은 아니에요.


김 대표가 앙시앙레짐 안에서 험난한 '혁신의 길'을 가는 건 "택시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게 안타까워서"다. '모빌리티'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택시인데, 택시는 '혁신적인' 모빌리티의 대척점으로 매도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앙시앙레짐에서 혁신을 만든 회사로 삼진어묵을 이야기하는데, 만약 정부가 어묵은 이런 모양으로 만들고, 가격은 얼마로 하되 몇 년간 절대 올리지 말고, 치솟은 인건비랑 임대료는 대출받아서 해결하라고 했다면 어묵 베이커리로 유통을 혁신할 수 있었을까요? 택시 시장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시장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죠."


'차 떼고 포 뗀' 상황이지만 꾸준히, 그리고 적잖은 변화를 만들고 있는 김 대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노하우는 폴인 스터디 '넥스트 리더 인 모빌리티'에서 더 들을 수 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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