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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LG화학 '구미형 일자리'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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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구미시에 투자 의사 밝혀

배터리 용량·출력 결정짓는 핵심소재

신학철 부회장 첨단소재 강화 뜻 반영

그룹 계열사 공장부지 활용가능하고

지자체 인센티브 장점에 추진

일자리 창출…이르면 이달 계약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LG화학이 광주형 일자리의 2탄 격인 이른바 ‘구미형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시장 수요와 기술 경쟁력 유지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는 배터리 완성품인 배터리 셀(2차전지 최소단위)보다 소재 공급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확정될 경우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한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두 번째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 된다.

9일 업계와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7일 경북도와 구미시로부터 ‘구미형 일자리 투자유치 제안서’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장세용 구미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후 1시께 서울서 LG화학 관계자들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구미공장 신설 등이 담긴 투자유치제안서를 건넸다. LG화학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 공장 건설 의사를 밝힌 뒤 투자제안서 검토 이후 1차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당초 재계에서도 구미형 일자리 참여기업으로 LG화학을 유력하게 꼽았다. LG화학의 경우 현재 구미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진 않지만 구미국가산업단지에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 일부 생산 공장이 자리잡고 있어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특히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전체 생산원가의 약 40%에 달할 만큼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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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지난 2016년 GS이엠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면서 생산기술 고도화와 전구체 제조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코발트 정련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등 최근 양극재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첨단소재전문기업 3M 출신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4월 첫 조직 개편에서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덕에 전기차용 전지부문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소재도 함께 공급하게 된다면 LG화학은 기초 소재 부문의 부진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차와 관련한 사업의 입지도 확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다.

LG화학의 배터리 생산 능력도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무려 110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국내 충청북도 오창을 비롯해 미국, 중국(2곳), 폴란드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배터리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올해 들어 1조2000억원을 들여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수요도 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 2020년 목표 생산능력(CAPA)은 100~110GWh(기가와트시)다.

관련 매출도 2019년 5조원, 2020년 10조원으로 1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세대 전기차(주행거리 500㎞ 이상)가 본격 출시되는 2020년 이후에는 성장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엔 볼보자동차그룹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 구체적인 공급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이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이면 향후 구미 생산라인에 1000여명을 고용해도 10년간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으면서 ‘구미형 일자리’ 사업도 속도를 탈 전망이다. LG화학이 투자유치제안서를 검토 후 투자 계획을 담은 투자의향서를 이번 주중에 구미시에 제출하면 구미시와 경북도는 투자유치단을 꾸려 실무협상을 시작한다. 향후 실사 등 실무 협상 과정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에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세금 감면, 부지 제공 등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 한 관계자는 “총 투자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공장보다 배터리 핵심소재 공장이 LG화학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구미시의 제안을 받고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로 대표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은 ‘포용성장’을 앞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다.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등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1월 광주시가 현대차와 손잡고 첫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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