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JTBC 영상 캡처 |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절절한 아버지의 목소리
지난 8일 CBS 노컷뉴스는 ‘고유정에 희생된 그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노래’라는 제목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약 1분 분량의 영상에는 오랜 만에 아들을 보러 가는 아버지의 들뜬 마음이 드러난다.
들국화의 ‘걱정하지 말아요’를 부르던 강씨는 “성은 강, 이름은 ○○(아들 이름), 강씨 집안의 첫째 아들”이라며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을 꼭 보겠다 말해요”라고 노랫말에 아들 이름을 넣어 열창했다.
노컷뉴스에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한 강씨의 남동생은 “남겨진 조카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형이 아들에게 주는 마지막 노래 선물”이라고 말하며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강씨의 육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노래 안에 거론된 아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을 공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이 범행 사흘 전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연합뉴스 |
◆고씨 “성폭행하려해 흉기로 방어”... 경찰 “계획범죄 가능성 높아”
한편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MBN 보도에 따르면 고씨는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수박을 썰다가 흉기로 방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 표백제 등 범행에 쓰인 물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토대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찍힌 영상을 보면 고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흉기, 표백제 3개,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 등을 카드 결제 후 휴대전화로 포인트까지 적립했다.
고씨는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먼저 들어왔다. 고씨가 범행 장소로 예약한 펜션은 무인 펜션이며 펜션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 녹화 촬영 등 기능이 없는 소위 ‘깡통 CCTV’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7일 얼굴이 공개된 고유정 |
한편 강씨의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아들과 전 부인을 만나러 갔던 강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지난달 31일 펜션 거실 벽과 욕실 바닥, 부엌 등에서 강씨 혈흔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강씨를 살해한 혐의로 고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일부를 수습했으며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는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수를 찾아 검사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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