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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공의도 김씨의 폭행과 모욕에 시달렸다. 그는 환자 앞에서 김씨에게 환자의 수술비가 얼마인지 물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휴대폰 모서리로 전공의의 머리를 두차례 때렸다. 다른 전공의들이 듣는 자리에서 ”이미 다 말했다 병XXX야“라며 그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의 폭행은 장소와 도구를 가리지 않았다. 한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수술보조를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았다. 김씨는 해당 전공의에게 주삿바늘도 휘둘렀다. 어느 날은 회진 중 환자 다리 부분에 반창고를 잘 붙이지 못했다며 머리를 맞았다. 수술방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했단 이유로 뺨을 맞은 날도 있었다. 다른 전공의도 진단서 작성이 미숙했다며 아크릴 차트 판으로 머리를 맞았다.
2018년 8월 서울동부지법이 쓴 한양대학교병원 전문의 겸 의과대학 교수 김씨의 판결문 중 일부다. 판결문에는 2015~2017년 김씨가 자신이 가르치는 전공의 7명에게 수술실ㆍ진료실 등에서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배를 때리는 등 수차례 폭행과 모욕적 말을 한 다양한 사례가 적혔다. 전공의(레지던트)는 의사면허를 딴 뒤 전문의 과정을 따기 위해 4년 동안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말한다. 전공의들은 김씨 같은 지도전문의(지도교수)의 교육과 관리ㆍ감독을 받는다. 김씨의 폭행 사실은 2017년 폭행을 견디다 못한 전공의 2명이 당직 근무 중 잇따라 무단으로 이탈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는 폭행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죄질 무겁지만…교육 중 폭행” 벌금형 선고한 1심
하지만 1심은 “김씨의 폭행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전공의들을 폭행한 시점은 대부분 수술 등 환자 치료와 관련해 발생했고 김씨의 폭행은 전공의들이 업무상 실수를 했을 때 김씨가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말이다. 법원은 “객관적인 폭행의 정도가 아주 심한 정도에 이르지 않다”며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벌금형은 가벼워 부당하다”
부산대병원ㆍ세브란스병원 등 여전한 전공의 폭행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16일부터는 바뀐 전공의 법에 따라 폭행ㆍ성희롱 등 사건에 연루된 지도 교수에게 보건복지부가 지도전문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최소한 교육이나 수련 업무에서는 배제할 수 있게 됐다”며 “법원 판결 이상으로 의료계 문화나 윤리적 잣대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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