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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5·18 목격자 "헬기 낮게 날더니, 헌혈 줄 선 시민에 총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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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재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

“마른 땅에 빗방울 튀는 것처럼 총탄 떨어져”

‘로켓포 쏴서라도 때려라’ 출동 명령 자료 제시

중앙일보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할 군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해당 기록은 5·18 당시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등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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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3차 공판기일이 1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6명의 증언이 이어졌다. 피고인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의 불출석 허가에 따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재판 증인석에 오른 최윤춘(56·여)씨는 1980년 5월 광주간호원보조양성소에 다니며 실습생 신분으로 광주기독병원에 실습을 나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헌혈하려고 병원 정문에서 응급실 쪽으로 줄 선 시민들을 향해 헬기 한 대가 총을 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헬기가 낮게 날더니 ‘다다다다다’ 총소리가 났다. 맑은 날이었는데 마른 땅에 빗방울이 튀는 것처럼 바닥에 총알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헬기 사격을 명확하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의사 가운을 입고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차에도 총을 쏘던 시절이었다. 헌혈하는 사람에게 헬기에서 총을 쏜 것이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총소리가 빈번했고 총상 환자가 넘쳐났다”며 강조했다.

정수만(73) 전 5·18 유족회장도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오후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은 “옛 전남매일신문사 앞쪽에 있다가 소강상태가 지속하자 동명동 집에 가려고 남동과 서석초등학교 방면으로 갔다”며 “광천주조장 앞에서 사람이 1명 죽어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군인은 없었다”며 “공중에서 ‘땅땅땅, 땅땅땅’ 연발이 아니라 단발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헬기가 공중에서 돌고 있었다. 재빨리 나무 밑으로 숨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MD 500 기종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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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광주법원 앞에서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 앞서 증거자료로 준비한 당시 1항공여단 상황일지 등을 내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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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회장은 이날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전투병과 교육사령부(전교사) 보급지원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가 제시한 계엄군의 증언을 담은 자료엔 1980년 5월 22일 오전 10시 육군 31사단장이 505항공대 소속 500MD 무장헬기 조종사를 호출해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며 출동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 전 회장은 “계엄군 집단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에 제가 직접 목격한 헬기사격을 증언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어떤 것을 물어볼지 모르니까 헬기사격과 관련한 자료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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