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호송 중 페북글 쓴 민노총 간부, 차엔 경찰 6명 타고 있었다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감가는 중에 몰래 올립니다.”

지난 5일 오전 8시13분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 한모씨의 페이스북에 민주노총 명찰 4개가 찍힌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경찰 폭행 혐의로 구속된 한씨는 글에서 “명찰이 주는 무게를 알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며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고 적었다. 이날 한씨의 게시물에는 한씨를 응원하는 댓글 100여개와 좋아요 600여개가 달렸다.

이 게시물은 한씨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4.6km 떨어진 남부구치소로 이동하는 길에 올린 것이다. 이날 한씨는 자신이 유치장에 들어갈 때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경찰로부터 건네받아 이동 시간인 약 20분간 사용했다.

한씨는 휴대전화를 받은 지 20분 뒤 남부구치소에 도착해서야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당시 호송차에는 경찰관 6명이 함께 타고 있었지만 한씨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6월 5일 오전에 올라온 민주노총 간부 한모씨의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 한씨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의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구치소 관계자에게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물건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한씨를 호송한 경찰관은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한씨에게 주며 "호송관(구치소 관계자)에게 건네주라"고 했다.

이를 건네받은 한씨가 페이스북에 접속해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10일 경찰 관계자는 '함께 타고 있던 경찰관 6명은 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감찰조사를 통해 확인 중이다. (경찰관들이 규정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거나 방관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호송 규칙을 위반한 부분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 청장은 "수감된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본다. 감찰에서 정확한 내용 알게 되면 그때 다시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한씨가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린 휴대전화는 수사를 본격적으로 받기 전부터 쓰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가 평소 쓰던 휴대전화는 우리가 수사 과정에서 4월에 압수했다"며 "그 이후에 피의자가 따로 구입해서 사용한 휴대전화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휴대전화가 압수품이 아니라 영치품이다. 개인 소지품을 유치장에 소지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맡겨둔 것"이라며 "범행에 사용했던 휴대전화는 수사할 때 압수해 남부구치소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조직쟁의 실장 김모씨 등 간부 6명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에 타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감된 피의자가 본인의 위치를 동료에게 알려준 뒤 도주를 공모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또 "휴대전화 유출로 피의자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갖고 있거나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위협이나 협박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정한 재판 절차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3월 27일과 4월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에서 경찰의 차단벽을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미리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씨 등 민주노총 간부 3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