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검사 다시 진행
건장한 체격 남편 어떻게 살해했나
고유정 "우발적 범행"…경찰, CCTV 토대로 '계획 범죄' 무게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고유정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달 초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고씨의 전 남편 강모씨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5일 김포시 소각장을 거쳐 인천 서구 소재 재활용품업체로 유입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발견하고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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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에 대해 경찰이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검사를 다시 진행한다. 이에 따라 체격이 건장한 전남편 강모(36)씨를 상대로 고 씨가 어떤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일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전남편 강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의 압수품에서 채취한 혈흔에 대한 약독물검사를 재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
피해자 혈흔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고유정의 범행 수법을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피해자 강 씨는 키 180㎝, 몸무게 80㎏이고, 이에 반면 고유정은 키 160㎝, 몸무게 50㎏가량이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왜소한 고유정이 강 씨를 어떻게 제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경찰은 이번 검사를 통해 약독물 사용 여부를 분석해, 고유정이 강 씨를 어떤 수법으로 살해했는지를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을 못해 피의자 압수물에서 검출된 적은 양의 혈흔으로 검사를 하다 보니 한 번 더 확인 차원에서 재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국과수 경찰 내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 6명을 투입, 범행 장소로 이용된 펜션 내에 남아있는 비산 혈흔 행태를 분석해 고씨가 전 남편 강씨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른 정황을 파악했다.
비산 혈흔이란 엄청난 힘이 일시에 작해 미세한 핏방울이 흩뿌려지는 혈흔을 말한다.
동맥이 파열되면 심장박동에 따라 많은 양의 혈액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형태의 혈흔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의 힘이 가해졌는지, 또 어떤 도구로 출혈을 일으켰는지 등에 따라 혈흔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범행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폐쇄회로(CC)TV 캡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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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씨가 여전히 범행 동기에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전날(9일) 고유정이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수 대아,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고유정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이어 28일 오후 6시30분께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사고, 시신 일부를 종량제봉투에 넣고, 같은 날 오후 8시30분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오후 9시30분께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간 바다에 유기했다. 이 모습은 여객선 CCTV에 찍혔다.
완도항에 내린 고유정은 곧바로 경기도 김포시 소재 가족의 아파트로 이동해 지난달 29일 새벽 도착했다. 이후 고씨는 이틀간 김포에서 시신을 또다시 훼손하고 유기한 뒤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31일 유기한 시신 일부는 경찰에 따르면 김포시 소각장에서 한 번 처리된 후 인천시 서구 재활용업체로 유입됐다. 발견된 유해는 뼛조각으로 소각장에서 500~600도로 고열 처리돼 3㎝ 이하로 조각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해를 국과수에 보내 피해자의 것인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해가 이미 소각된 상태로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수습해 현재 유전자 검사를 벌이고 있다"며 "다만 유해로 추정되는 물체로, 현재 동물 뼈인지 사람 뼈인지부터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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