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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백악관 "화웨이 제재 연기 요청…美기업들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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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예산국장대행, 하원의원에 서한 보내

"특히 미국 지방 업체들이 타격 입을 것"

"서한이 '반(反)화웨이' 정책변화 의미하진 않아"

화웨이, 미국 눈 피해 아프리카서 세력 확장

중앙일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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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이 자국 기업들이 입을 타격을 우려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일부 제재를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이 지난 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하원의원 9명에게 서한을 보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하원은 미 연방정부 또는 행정기관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화웨이 등 중국통신업체와 거래를 못하게 하는 규정이 담긴 '2019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보우트 국장 대행은 서한을 통해 "이 규정이 시행되면 정부에 물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특히 화웨이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지방 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보우트 국장 대행은 "제재 시 미국 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현행 2년인 법 시행 유예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WSJ "이는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제재 규정 시행을 늦춘다고 해서 미국이 '화웨이 때리기'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 예산국(OMB) 대변인은 WSJ과 인터뷰에서 "이 서한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 기업들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NDAA와는 별도로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면,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아프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AFP는 "지난주 화웨이가 아프리카연합(AU)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며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를 상쇄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고 9일 보도했다. AU는 아프리카 국가의 협력 증진을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총 55개국이 가입했다.

미국이 화웨이가 각국의 주요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 세계 동맹국에 화웨이의 차세대 이동통신기술(5G)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자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적은 아프리카 대륙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AFP는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요구로 이미 일부 회사들은 화웨이와 거리를 뒀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이미 아프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는 1998년 케냐에 진출한 후 현재 아프리카 40여 개국에 4G 네트워크를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케냐는 지난 4월 화웨이와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1억 7200만 달러(약 203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화웨이의 전략으로 아프리카가 미·중 무역 전쟁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무역보험기관 코파스의 루벤 나이저드 연구원은 "얻을 것이 없는 아프리카는 절대 끼어들지 말아야 할 무역 전쟁의 한복판에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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