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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경계선 성격장애?…고유정, 범행 수법과 동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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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전문가 "피해자, 무방비 상태서 공격 당했을 가능성 높아…고유정 애착장애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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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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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 전후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가 다수 파악되고 범행 수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20cm 큰 전 남편을 어떻게?…"수면 상태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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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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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의 범행 수법은 그간 '미스터리'였다. 특히 키 160cm의 고유정이 180cm인 전 남편 강씨를 홀로 어떻게 제압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의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키 160m, 몸무게 50kg가량의 보통 체격 여성이다. 반면 피해자 강씨는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수면제를 사용해 강씨를 잠들게 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피의자 고유정의 차량에서 채취한 강씨의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2차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게다가 고씨는 제주에 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경찰에 "감기 등 증세가 있어 약을 처방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약 사용처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스마트폰으로 니코틴 치사량을 검색한 사실 등으로 고씨의 약물 사용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1차 검사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1차 검사는 혈흔 채취량이 미미해 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고 국과수에 재차 약독물 정밀검사를 의뢰해 졸피뎀 성분 검출을 확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을 몸싸움 중에 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강씨가 잠이 든 상태서 공격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유정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는데, 이 진술로 보아 피해자가 성관계 후에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수면상태에 있을 때 급소를 찌르는 등 공격을 하면 여성 혼자 남성을 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아들 본 전남편 살해한 이유…경계선 성격장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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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사체유기에 사용한 차량/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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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서 수박을 썰다가 흉기로 방어했다"고 진술,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유정은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한 청소 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을 만나기로 약속한 지난달 25일보다 일주일가량 제주에 먼저 들어와 범행도구를 준비했고, 범행 후 펜션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 것을 미뤄볼 때 완전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고유정이 '아들' 때문에 남편을 살해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고유정은 전 남편과 2017년 협의 이혼을 했고 아들(6)의 양육권을 가져갔다.

이후 고유정은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고 강씨는 면접교섭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강씨는 법원 결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아들을 볼 수 있게 된 상황. 그러나 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2년 만에 아들과의 첫 만남에서 변을 당했다.

이수정 교수는 "보통 이혼하고 재혼하면 친부에게 양육권을 넘긴다. 하지만 고유정은 친정에 애를 맡겨 놓고선 친부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고유정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라며 "경계선 성격장애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애착장애가 생긴다. 고유정은 아이를 자신의 관할권 아래 둔 소유물처럼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계선 성격장애란 불안정한 대인관계, 반복적인 자기 파괴적 행동, 극단적인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장애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친권 및 양육권을 두고 다툼을 하며 남편에게 극도의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기 분노를 이기지 못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학자)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씨가 뒤늦게 고씨가 재혼도 하고, 애를 안 돌봤다는 걸 알고 소송을 내니 빠져 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라며 "결혼 생활 이후 자기 맘대로 (전 남편을) 쥐고 흔들었는데 그 틀이 깨지려 하는 순간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씨는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본인은 재혼해 충북 청주에서 거주했다.

오 교수는 "전 남편에 대해 '네가 감히 이 틀을 깨려고 해?' 하면서 굉장히 분개하고, 이게 고씨의 심성과 결부됐을 것"이라며 "그 분노가 너무 세서 나중에 엄청난 일이 발생할 거란 생각조차 고려를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들을 직접 키우지 않음에도 양육권을 가져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양육할 마음이 없음에도 전 남편이 이 애를 너무 좋아하니까 고통을 주려고 양육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남성 중에도 이혼한 뒤 끊임 없이 괴롭히고 그러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 남녀를 바꿔 생각해보면 그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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