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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고유정 전 남편 혈흔서 ‘졸피뎀’ 검출…수면제 먹인 뒤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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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채널A


이른바 ‘전(前) 남편 살해사건’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과정에서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있던 피해자 강모 씨(36)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요청한 결과,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에 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 받아 해당 병원 인근 약국에서 구매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약을 처방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약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졸피뎀을 처방한 병원과 약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고 있다.

고유정은 그간 살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해 방법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아왔다. 이에 160cm 내외의 고유정이 180cm에, 80kg이 넘는 피해자를 어떻게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 씨의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면서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에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계획 범죄’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제주의 한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하기도 했다.

고유정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강 씨를 살해한 건 지난달 25일. 경찰은 펜션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지난달 25일 오후 4시 20분경 고유정이 강 씨와 함께 펜션에 들어가는 장면 ▲27일 낮 12시경 고유정이 혼자 가방 두 개를 들고 나오는 모습 등을 확인했다.

강 씨가 펜션을 나오는 모습은 CCTV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제주에 온 고유정은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떠났다.

경찰은 고유정과 강 씨가 묵었던 펜션 내부에서 강 씨의 혈흔을 다량 확인했다. 고유정 차량 등에서 나온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흉기들에서도 강 씨의 뼛가루 등이 추출됐다.

경찰은 1일 강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고유정을 충북 청주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2일 고유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5일 신상공개심의원회를 열고 고유정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범죄 수법이 잔인한 점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유정은 취재진 앞을 지나면서 고개를 깊숙이 숙여 얼굴을 가렸다. 일각에서는 ‘정수리 공개’라며 비판했다.

고유정의 얼굴은 7일 오후 4시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1층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출됐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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