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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트럼프, 미국의 이익만 챙기느라 지구 생명체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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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산호 살리기 운동, 엘리자베스 피델리아

98년 엘니뇨로 산호 90% 폐사…관리 시작하니 50% 정도 복원

누가 뭐라든 지구생태계 급변…거대한 변화에 맞서 행동해야

경향신문

지난달 12일 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 보발롱 비치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피델리아는 전 세계 다이버들과 함께 세이셸의 산호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피델리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중생태계의 변화를 거의 매일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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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위협에 대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쉽지만 현 상황을 더 좋은 변화로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지구의 생명체가 보내오는 신호를 듣지 않으려 하죠.”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피델리아(53)에게 지구온난화는 막연한 미래의 위협이 아니었다. 피델리아는 거의 매일 바닷속에서 생태계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수온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에게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신비한 바닷속 체험을 즐기기 위한 생태관광을 넘어 지구촌 사람들과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공유하는 하나의 의식이 됐다.

지난달 12일 세이셸에서 열린 국제마라톤수영대회를 취재하러 갔다가 피델리아가 운영하는 빅 블루 다이브 센터를 방문했다. 피델리아는 과거 여러 차례 심각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집단폐사 위기로부터 산호초를 살려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CNN 등 세계 언론들이 지구온난화 위험을 다룰 때마다 자주 언급하는 ‘세이셸 산호 살리기 운동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빅블루다이브 센터를 방문해 취재용건을 밝히자 피델리아는 두툼한 노트부터 꺼내 보여줬다. 그동안 자신을 찾아온 전 세계 스킨스쿠버다이버들이 바닷속을 유영하며 촬영한 다양한 사진과 함께 산호초 복원을 위한 활동기록이 메모가 돼 있었다.

“빅다이브 센터는 일종의 학교라고 보시면 되요. 다이빙 기술을 가르치고 직접 바다밑의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아름다운 수중생명체들을 보호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죠. 우리는 바닷속에 버려진 온갖 잡동사니, 가령 폐그물망, 페트병 같은 쓰레기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어요. 특히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악마 불가사리로부터 산호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죠. 세계 여러 나라와 셰이셀 지역의 다이버들이 연대해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이방인이 어떻게 세이셸에 와서 산호 살리기 운동의 대모가 됐는지 궁금했다.

“1993년 세이셸에 다이빙하러 왔다가 바닷속 생명체들에게 완전히 반해버렸죠. 그때 세이셸 원주민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요. 그런데 1998년 엘니뇨 현상으로 산호의 90%가 폐사하면서 물고기들이 거의 사라졌어요. 그때부터 세이셸 국립공원 관리당국과 다이버들에게 얘기해 조직을 만들었지요. 그 뒤로도 2001년, 2004년, 2006년에도 규모는 작지만 큰 타격을 입었고 2016년 엘니뇨 때도 다시 피해가 있었고요. 다행히 지금은 50%정도 산호가 복원돼 안정적으로 자라고 있어요.”

피델리아는 1998년 산호초가 10%만 남고 폐사했을 때 산호의 생명력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산호는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집과 영양분을 제공하는데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해요. 다행히 산호는 광징히 빠른 복원력을 갖고 있어요. 1998년엔 손가락산호, 탁자산호, 뿔산호가 다 죽었는데 바위에 붙어 사는 산호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요. 산호들이 돌아오는 데 6~7년, 물고기가 돌아오는 데 8~10년이 걸렸어요.”

피델리아에게 1993년 세이셸에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의 바닷속 온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물었다. 그는 “해수면 온도는 일정하지 않고 기복이 있는데 남극의 빙하에서 녹은 물이 흘러들면 23도까지 내려갔다 어떤 때는 27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며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해수면 온도 변화의 추세”라고 했다. 산호초는 단기간 온도 상승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장기간 온도 상승이 계속되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세이셸은 바다수심이 얕아 지구온난화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셰이셸은 바다 밑이 탁자처럼 편편해요. 평균 수심이 평균 40m밖에 안되고 가장 깊은곳이라봐야 70m 밖에 되지 않아요. 해수욕을 즐기는데 좋은 조건일줄 모르지만 바다가 한번 열을 받으면 온도가 매우 빠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어요.”

그는 인터뷰 도중 “지구온난화 위협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얘기가 나오자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트럼프가 뭘 애기하든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자신과 미국에 대한 이로움뿐이에요. 그는 자국이익 중심주의이며 자기나라 이익에 도움이 되면 다른 나라나 지구의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저뿐만 아니라 세이셸 사람들 누구도 트럼프의 말을 믿지 않아요. 제가 여기서 20여년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현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최근 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처음에는 ‘정말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거야?’라고 의문을 품었죠.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어요. 우리는 행동해야 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셰이셸을 잘 모르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고 하자 “세이셸은 인구9만8000여명의 매우 작은 섬나라지만 관리해야할 바다면적은 140만㎢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이셸의 해양 생태계를 지구온난화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전 지구촌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이셸은 큰 공장도 없고 거대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거대 문명 국가들이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세이셸의 아름다운 동식물들은 볼 수 없을 거예요.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법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세이셸 | 글·사진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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