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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가족 없는데… 8년간 가족수당 빼먹은 교통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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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명 1억2000만원 챙겼다 적발

본인이 안 알리면 계속 지급 맹점… 대다수에 경고만… 제식구 감싸기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A씨는 2015년 1월부터 작년 말까지 48개월간 회사에서 월급과 별도로 다달이 9만원씩 받았다. 부양가족과 함께 사는 직원에게 나오는 '가족수당'이다. 배우자 몫으로 4만원, 미성년인 셋째 아이 몫으로 5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그는 이혼했고 친권까지 상실한 상태여서 가족수당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무자격자인 그가 4년간 받아간 수당은 432만원에 이른다.

A씨처럼 교통공사 직원 수백명이 가족수당을 부정 수급해온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이들은 가족이 사망하거나 이혼·분가(分家)해 수당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교통공사 측에 알리지 않고 8년간 총 1억2000여 만원을 타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데도 교통공사는 이 중 일부만 검찰에 고소했을 뿐 대부분 경징계나 경고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10일 2011~2018년 가족수당 부정 수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직원 239명이 총 1억2006만원을 부당하게 받아갔다고 밝혔다. 해당 금액은 전액 환수됐다. 공사는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 과거에 적발된 적이 있는데도 또 부정 수급을 한 직원 등 19명을 서울중앙지검·남부지검에 사기 및 횡령죄로 고소했다.

교통공사의 가족수당은 독신 가구가 아닌 직원이면 대부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배우자는 매달 4만원, 60세 이상 부모나 20세 미만 자녀의 경우 한 명당 2만원씩 준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20세 미만 동생을 데리고 살 때도 장애가 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2만원이 지급된다. 셋째 아이는 가산금 3만원이 붙어 20세까지 매달 5만원을 받는다.

교통공사는 부양 자녀가 20세가 되거나 직원 부부가 중복 수당 신청이 됐을 경우 제외하도록 모니터한다. 문제는 부양가족이 독립하거나 사별 또는 이혼하면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다. 본인이 스스로 이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는다면 수당이 계속 지급된다. 부정 수급자들은 이 맹점을 이용했다.

239명의 평균 부정 수급액은 50여 만원이다. 그러나 A씨처럼 평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432만원을 타간 직원도 있었다. 부정 수급자들은 자녀 독립(238건), 이혼(32건), 사별(20건) 등 변동 사유를 알리지 않는 방법으로 수당을 타간 것으로 확인됐다. 길게는 10년 동안 가족수당을 부정 수급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적발된 부정 수급자 중 51명(21%)만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은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경고' 조치만 받는다.

또 징계자 중에서 11명에게만 정직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는 견책과 감봉 등 가벼운 징계를 주기로 했다.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는 한 건도 없다. 이혼 사실을 숨기고 432만원을 타간 직원에게도 석 달 감봉 처분만 내렸다. 교통공사 측은 "이혼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는 소명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교통공사의 전직 고위 간부는 "교통공사 조직은 노조의 입김이 세고 고질적인 온정주의 풍토가 있어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자정(自淨)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으면 동일한 상황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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