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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취업 5000만원·승진 8000만원… 일자리 장사로 10억 챙긴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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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산항운노조 비리 적발… 前노조위원장 등 간부 14명 기소

취업·승진·정년 연장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전직 위원장 등 노조 간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조합원 가입에 3000만~5000만원, 조장 승진에 5000만원, 반장 승진에 7000만~8000만원가량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운노조에선 2005년에도 취업 비리로 전·현직 위원장 2명 등 40여명이 구속 기소됐는데 이번에 또 고질적인 취업 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10일 이 같은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김모(53)·이모(70) 전 위원장과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모두 3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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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부산항 부두 근로자 취업(조합원 가입), 조장·반장·지부장 승진, 복직이나 정년 연장 등 사안별로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뒷돈이 오갔다. 두 전직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14명이 이 같은 대가로 받은 돈이 10억원이 넘었다. 이 중 김 전 위원장은 2008~2019년에 2억6500만원, 이 전 위원장은 2012~2018년에 4억5500만원을 각각 받았다고 검찰은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0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지 1년여 만에 취업 비리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012년 8월 가석방됐다. 그런데 그는 수감돼 있던 2012년 7월 동료 재소자 아들을 항운노조에 채용시켜 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면회를 온 측근에게 재소자 아들 취업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측근을 통해 1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산항운노조는 정조합원과 임시 조합원이 1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노조는 노무 독점공급권을 이용해 각종 인사 과정에서 돈을 받고 조합비 등을 횡령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05년 이후 6명의 위원장이 구속됐는데, 이번에 또 전직 위원장 2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노조 간부들은 취업 자격이 없는 노조 간부 친인척, 주변 사람 등을 노조원으로 속여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불법 취업시킨 새로운 유형의 채용 비리도 저질렀다고 검찰은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노조 지도부가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노조 간부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명단에 올린 뒤 이 중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취업(전환배치)시킨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불법 취업한 이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고 했다.

'전환배치'는 부산항 북항 등 다른 부두의 숙련된 인력을 신항 쪽에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다. 노조 측은 이 취지를 어기고 항만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을 항운노조원으로 꾸며 취업시킨 것이다. 검찰은 "이로 인해 북항 등에서 근무 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을 바랐던 기존 노조원은 전환배치 기회를 잃었고 외부인이 채용된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교도소 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간부가 지위를 이용해 취업 비리로 구속된 전직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가석방을 청탁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인권위 이모(55) 서기관은 부산소장 재직 시절인 2012년 8월 부산교도소 관계자에게 은밀한 청탁을 했다. 채용 비리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이씨의 가석방과 특별면회를 청탁한 것이다. 실제 이씨는 만기 출소를 6개월 앞둔 201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됐다. 이후 이 서기관은 이씨가 풀려난 뒤 측근을 통해 이씨 측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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