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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고유정 범행 수법 밝혀지나, 前남편 혈흔서 수면제 성분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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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흔적 지우려 산 표백제안 쓴 제품은 마트서 환불도"시체 옆에 뒀더니 찝찝해서…"

'제주 전(前) 남편 펜션 살해 사건'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피의자 고유정(36)이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와 배치되는 증거가 또 나온 것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0일 '제주 전 남편 펜션 살해 사건'의 피해자 A씨의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다시 분석한 결과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고유정이 제주에 들어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 한 병원에서 감기 증세로 수면제를 처방받고,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선일보

고유정(오른쪽)이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제주도의 한 마트에서 범행 도구로 쓰고 남은 일부 용품을 환불하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포착됐다. /제주동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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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과수는 경찰이 사건 현장인 펜션에서 확보한 혈흔에 대해서는 혈액이 미량이라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냈다. 이후 경찰은 피의자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 있던 피해자의 혈액을 국과수로 보내 약독물 검사를 다시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정밀 재감정을 진행해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은 감기 증세로 수면제를 처방받고 구입한 사실은 있으나, 그 후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온 것으로 볼 때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범행 전에 흉기는 물론 청소 도구까지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남편을 살해한 이후에는 남은 물품을 구입한 마트에서 환불해 간 것으로 방범카메라 영상 확인 결과 밝혀졌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그 물건들이) 시체 옆에 있었으니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개한 방범카메라 영상을 보면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수 대야,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했다.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 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도 적립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치밀하게 이뤄진 '계획범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에 들어올 때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청소 도구 등을 미리 준비하고, 휴대전화로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하는 등 계획적이면서 치밀하게 완전범죄를 노린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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