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대대적 집회 예고하고 강력 반발
소상공인 중심 집단 휴업 선언 잇따라
캐리 람 행정장관 조례 강행 뜻 고수
미 국무부 “조례 추진에 심각한 우려”
중 “언행 조심하고 내정간섭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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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인 100만 홍콩인들이 거리시위로 항의한 범죄인 인도 조례 심의·처리를 앞두고 홍콩 시민사회가 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소상공인들이 집단 휴업을 선언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이 문제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소재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11일 <홍콩 프리 프레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입법회는 12일 오전 11시 개회해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대정부 질의 뒤 범죄인 인도 조례 2차 심의에 들어간다. 홍콩의 입법 과정은 관보 게재와 법안의 입법회 제출에 이어 3차례 심의까지 거쳐야 하는데, 2차 심의 마감과 3차 심의가 개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어 빠르면 이날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35석)와 직능대표(35석)를 합쳐 70석으로, 친중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43명이다.
9일 조례 제정 반대 ‘100만 행진’을 주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 조직 ‘민간인권전선’은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이 단체는 12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입법회 주변에서 조례안 폐기와 람 행정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대적 집회를 열기로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시민들의 저항에 불이 붙고 있다. ‘5만명이 모여 입법회를 포위하자’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된 데 이어, ‘12일 오전 최고의 나들이 장소인 입법회 부근에서 소풍을 즐기자’는 페이스북 포스팅엔 1만명 넘는 이들이 참여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홍콩이공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 학생회도 동맹휴업을 촉구했다.
식당·문구점·소형슈퍼·서점·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에 ‘#621파업’이란 문구와 함께 입법회가 조례를 심의하는 12일 하루 휴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속속 올리고 있다. 홍콩 뉴월드버스 노동조합은 “시내에서 시속 20~25km로 서행 운전을 하며, 조례 반대 의사를 밝히자”고 조합원들에게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 사회복지사 노동조합이 12일 하루 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교사 4천여명도 집회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점포 4곳을 닫고 직원 15명과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한 소상공인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모두들 집회에 참여해 보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는 심정”이라며 “쓸데없는 짓이라는 사람도 있고, 정부가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아무것도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대적 저항 물결에 대해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 학부모, 각급 기관과 기업, 노동조합은 과격한 행동을 지지하는지 진지하게 고려한 뒤 행동에 나서기 바란다”며, 조례안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 행정부가 이 조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 홍콩 문제가 또 다른 미-중 갈등 요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로 중국을 견제해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홍콩 당국이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조례가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인권 보호와 기본적 자유, 민주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많은 홍콩인들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범죄인 인도 조례가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고, 홍콩에 살거나 홍콩을 방문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 제도를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이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미국은 홍콩 특별행정구 조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고,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며, 홍콩의 일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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