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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깜순이는 어디로 사라졌나" 수원여대 개 실종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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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 행방의 진실을 밝힙니다."

지난 5일 수원여자대학교 해란캠퍼스엔 이런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교내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생활하던 개 '깜순이'의 실종 전말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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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여대에서 실종된 깜순이(오른쪽)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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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는 학교 청소경비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8개월 전 데려와 기르기 시작한 유기견. 사람들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등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이런 깜순이가 지난달 11일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학생들이 행방을 물으면 깜순이를 키우던 청소경비업체 직원 A씨는 "학교 안에선 동물을 기를 수 없다고 해서 입양을 보냈다"고 하기도 하고 "동물병원에 갔다"라고도 했다. 어떤 날은 "깜순이가 입양 가서 잘 사니 관심을 꺼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입양 갔다던 깜순이, 행적 추적해보니
A씨의 답변이 계속 바뀌자 수상함을 느낀 학생들은 직접 깜순이를 찾아 나섰다. 깜순이가 용달차에 실려 갔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학생들의 거듭된 추궁에 A씨는 "깜순이를 잡아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인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고 해 깜순이가 도살된 것"이라며 "교칙에 교내 동물사육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또 "거짓말을 한 청소경비용역업체 직원 A씨와 반장 B씨를 해고하고 학생들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정 절차를 수립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 대자보 내용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수원여대 "재발 방지책 등 마련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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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여대가 지난 7일 올린 입장문 [사진 수원여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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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 사건이 연일 논란이 되자 수원여대도 지난 7일 입장문을 냈다. 학교 측은 "지난봄 깜순이가 교정을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A씨에게 '개를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A씨가 '안전한 곳으로 입양했다'고 답변해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소속된 청소경비용역업체 관계자를 불러 정식으로 항의했고 용역업체에도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A씨가 관련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징계회부 등 인사조치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여대 관계자는 "조사 결과 A씨가 동네 지인들과 깜순이를 도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처받은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학교생활상담연구소의 상담 지원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체 용역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식 수사를 요청하며 화성서부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A씨는 깜순이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용역업체에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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