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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창문 깨지고, 여기저기 구명조끼…침몰 당시 처참함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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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26분 만에 수면 위로…조타실·갑판·선실 순서로 수색

선미 훼손 발견돼 와이어 추가 설치하느라 인양 한때 중단

사고 지점서 10㎞ 떨어진 체펠섬으로 옮긴 후 정밀감식 예정



경향신문

크게 부서진 선체 후미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좌현 선미 부분이 손상된 채 인양되고 있다. 부다페스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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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강물 밖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인양 작업은 11일 오전 6시30분쯤(현지시간) 시작됐다. 한국인 관광객 등 총 35명을 태우고 침몰한 지 13일 만이었다.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헝가리 대테러센터(TEK)는 이날 오전 5시쯤부터 머르기트 다리 인근 침몰 지점에서 인양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6시47분부터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선체와 연결된 와이어를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인 인양이 시작됐다. 사건 당일 내린 폭우 이후 이렇다 할 큰비가 없었고 상류 쪽 슬로바키아에서 수문을 막아 수량을 통제했기 때문에 유량과 유속은 모두 줄었지만, 다뉴브강의 물결은 여전히 거칠었다.

■ 26분 만에 선체 수면 위로

한국과 헝가리 당국은 8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인양 작업을 결정한 뒤 엿새에 걸쳐 지난한 준비 작업을 벌였지만, 막상 침몰한 허블레아니호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클라크 아담이 선체에 고정된 와이어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지 26분 만에 선체 가장 윗부분 조타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사고 지점의 수심은 6.8m였다. 허블레아니 선체의 높이는 5.4m로, 크레인이 불과 1.4~1.5m만 끌어올려도 선체 윗부분이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사고 발생 13일 만에 물 밖으로 나온 허블레아니는 갑판 위 난간이 부서지고 창문이 깨지는 등 처참한 모습이었다. 선수 갑판 밑 창고의 깨진 창문 안으로는 희생자들이 미처 잡지 못한 구명조끼와 구명튜브가 떠다녔다. 갑판 난간에도 구명튜브가 매달린 채 인양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 급박한 침몰 순간 그대로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난 조타실 안에서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헝가리 측 구조요원들이 오전 7시43분쯤 조타실로 진입해 시신을 수습했다. 갑판이 수면 위로 드러난 오전 8시 이후엔 한국 측 구조요원들이 투입돼 약 15분에 걸쳐 탑승객 시신 3구를 잇따라 수습했다. 희생자들은 선미 쪽 객실에서 갑판으로 올라오는 계단 입구 근처에서 발견됐다. 배가 추돌 후 7초 만에 침몰하면서 선체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황급히 탈출하려다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50대 한국인 여성, 30대 한국인 여성, 3대가 함께 여행을 왔던 6세 여아로 확인됐다.

우리 구조요원들은 들것으로 시신을 바지선에 옮긴 뒤 고인을 향해 경례해 예를 표했다. 인양 현장 인근에는 경비정 8척이 배치돼 시신이 수습될 때마다 병원으로 운구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들은 신원 확인 절차에 착수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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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체 손상 발견…인양 지연도

인양과 실종자 수습은 총 3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클라크 아담이 허블레아니의 선체 4곳을 감싼 와이어를 서서히 당기면서 선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했다. 기존 수중 작업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선체 훼손이 선미 쪽에서 발견되면서 오전 9시쯤 인양이 잠시 중단됐다. 허블레아니가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에 추돌당한 지점의 파손이 예상보다 심해 현장에서 5번째 와이어를 추가로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선체 인양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파손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앞서 헝가리 당국은 선체를 균형 있게 들어올리기 위해 선체 총 4곳을 와이어로 감싸는 수중 작업을 전날까지 진행했다.

와이어 연결과 배수 작업까지 마친 뒤 구조대원들이 선미 쪽 객실에 진입해 수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실종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예견됐던 선실에서 추가적인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양 작업은 선체를 물에서 완전히 꺼내 오후 1시30분쯤 바지선으로 옮기면서 약 6시간50분 만에 종료됐다. 헝가리 당국은 선체를 사고 지점부터 하류로 약 10㎞ 떨어진 체펠섬으로 이동시켜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이날 선체 인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찾지 못한 실종자는 4명이다. 양국 구조 당국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하류 50~100㎞ 지점까지 수상 수색을 매일 벌여 왔다. 이날도 구명보트 2대와 헬기 2대를 동원해 하류를 훑는 수색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주민신고로 2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을 수습한 이후로는 이날까지 수상 수색을 통해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부다페스트 |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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