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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데스크칼럼]이래서야 한국에 공장을 짓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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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위협받는 철강산업

'기업유치 하자' 뛰던 지자체의 자충수

[이데일리 김상헌 산업에디터]충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 고로에 대해 10일간 고로 가동중단 행정처분을 내렸다. 고로의 블리더(안전밸브)를 열어 오염물질을 밖으로 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환경·시민단체들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내 분진과 유독가스를 주기적으로 무단 배출해 지역 주민건강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고로 가동중단 집행 예정일인 7월 15일까지는 시간이 한달 가량 남아있다. 그 사이 처벌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번 고로 가동중단 조치는 누가 뭐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지자체는 고로 조업중단 조치 전에 정확한 오염배출 측정도 실시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제철은 행정처분을 받기 전 고로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동일 사장이 충남도를 찾아가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안전 차원에서 실행한 브리더를 통한 가스배출의 불가피성도 강조했다. 이번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대기환경보전법은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조절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현대제철은 이제 막다른 길에 몰린 상황이 됐다. 급기야 지난 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충남도의 당진제철소 고로 가동 중단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현대제철이 잘못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환경단체의 의혹 제기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환경을 논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행정처분까지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벌도 지나치게 과하다. 잘 알려진대로 제철소 입장에서 고로 가동중단은 치명적이다. 고로는 5일 이상 가동하지 않으면 쇳물이 굳고 복구에 3개월 이상 걸린다. 전문가들은 고로 하나가 10일간 가동을 멈추면 피해액이 무려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 모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업들에게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지자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기업을 유치하는데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수도권끼리의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지자체의 경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지자체의 기업유치 활동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일부 지자체의 지나친 기업 압박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은 이미 경영여건이 더 나은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들은 이미 강성노조에 이골이 난 상태다. 여기에다 다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기업들은 누가 뭐래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둔다. 국내보다 해외가 더 유리하면 나갈 수 밖에 없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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