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폐업 늘자 폐업정리업체는 '호황'
견적 문의만 하루 수십건… 정리물품들, 베트남 등 해외 수출까지
"폐업 가게 집기들 매일 수십톤씩 들어와"
6일 안산의 한 폐업정리업체. 각종 업소용 물품들이 빈 자리 없이 가득차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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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경기)=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장사가 잘 되는데 마음은 불편합니다.”
11일 방문한 경기도 안산시 한 폐업정리업체인 ‘갑부주방아울렛’. 평일 오후였지만 폐업 견적을 문의하러 온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정연화 사장은 “폐업 견적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수십통씩 걸려온다.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폐업 정리를 진행하는 건수만 해도 매일 3건 정도”라며 “지금도 회사에 사람이 부족해서 건 수를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내수경기 침체 속에 치솟는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이 줄폐업하는 동안 폐업정리업체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 이들 업체는 폐업 점포 시설물이나 집기를 저가에 구매한 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재판매한다. 새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창업을 할 수 있어 최근 ‘예비 사장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 사장은 “새로 집기와 물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폐업정리업체를 통해 중고로 구입하는 게 평균적으로 30~50% 정도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며 예비 창업자들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새 출발을 위해 폐업정리업체를 찾은 창업자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50대 남성 김모씨는 한 번의 창업 실패 후 다른 업종에 재도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첫 창업을 했는데 사업이 너무 안 돼 불과 9일 만에 접어야 했다”며 “막창 가게로 바꿔보려고 견적을 받으러 왔는데 속은 타들어간다. 그 사이 체중은 8㎏이나 빠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일 오후 폐업정리업체에는 폐업과 업소용 중고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줄을 이었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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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성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 역시 마냥 웃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전국에 문을 닫는 업체들의 사연도 함께 듣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방금 전에도 150평짜리 업체가 폐업한다고 해서 트럭을 보냈는데 인테리어 비용만 2억원이 들었다고 하더라”며 “철거하고 물건을 가져오는 우리 마음도 안 좋은데 그걸 지켜보는 업주들 마음은 얼마나 참담하겠느냐”고 되물었다.
18년 전 남편과 함께 7평 규모로 폐업정리 사업을 시작한 정 사장의 업체는 현재 5층짜리 건물을 포함해 1000평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직원도 현재 1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 공간도 부족해 가건물까지 지어 물품들을 수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은 모자란 상태다. 창고에 마련된 가전, 집기 등 품목 수도 헤아릴 수 없어 정확한 집계조차 힘들다는 설명이다.
폐업정리로 나온 물품들은 비단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게 아니다. 물품들 중 일부는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에 수출까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창업할 경우 새로 물품을 구입하기엔 비싸기 때문에 아예 한국에서 구매해 해외로 가져가 사업에 이용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전체 판매량에서 베트남, 필리핀과 같은 해외로 수출되는 비중은 20~30% 정도 된다”고 했다.
이 업체는 5층 건물을 포함해 하우스와 가건물을 지어 폐업 가게의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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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폐업한 업체들의 물품은 매일같이 쏟아진다. 정 사장은 “경기침체에 문 닫은 업체 물건들만 하루에 몇 톤씩이나 들어오는지 모른다”며 “망한 업체 자리에 또 다른 업체가 들어오고 또 망해서 폐업 견적을 문의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4.5톤(t) 트럭이 식기세척기와 냉장고, 각종 집기류를 가득 싣고 업체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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