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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40대 4시간 고공농성 소동..."내 얘기 아무도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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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CCTV탑 올라가…사람 크기 인형 매달고 농성

경찰·소방, 탑아래 에어매트 2개 설치하고 만일 사태 대비

4시간가량 소동 끝에 내려와…"내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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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탑 꼭대기에서 40대 남성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람 모양의 인형이 걸려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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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구 도심에서 40대 남성이 20m 높이의 폐쇄회로TV(CCTV)탑 꼭대기에 올라가 4시간가량 고공 농성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대구 남구 봉덕동 영대병원네거리에서 김모(42)씨가 CCTV탑 꼭대기에 올라가 낮 12시까지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이곳에 올라간 김씨는 ‘금전 문제로 어렵다. 살게 해 달라’ ‘사비라도 수술을 받게 해 달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늘어뜨리고 사람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 매단 채 농성했다.

경찰 등의 설득 끝에 김씨는 4시간가량의 농성을 풀고 굴절 사다리차를 이용해 CCTV탑에서 내려왔다. 지상으로 내려온 김씨는 “내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짧게 말한 뒤 경찰 승합차를 타고 대구 남부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한 뒤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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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40대 남성이 대구 남구 봉덕동 영대병원네거리 CCTV 타워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남성을 설득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타워 주변에 에어매트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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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근 남구 대명동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금전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 아래에선 그가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와 인화 물질이 담긴 페트병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최근 교통사고가 나 보험사에 1000만원을 요구했지만 100만원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개로 손해보험사와 4건의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농성 장소 인근 상가 벽면에 A4용지 1장 분량의 호소문도 붙여뒀다. 탑에 매달 인형을 미리 만들고 호소문도 붙인 것으로 미뤄 고공 농성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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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40대 남성이 CCTV탑에 올라가기 전 인근 상가 벽면에 붙여 놓은 호소문. 대구=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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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죽지 않으면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붙인 호소문에는 자신이 2010년 12월 일주일 사이에 교통사고를 3번 당했고 모두 100% 상대 과실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또 ‘현재까지도 가끔씩 죽을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 자살 충동이 (생긴다)’ ‘교통사고 환자가 자동차 보험으로 수술하면 치료비 청구 금액 중 일부 혹은 전부가 삭감되는데 삭감된 부분을 사비로 부담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한다’ ‘보험사와 합의를 하거나 선고가 나야 그때부터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등 억울한 사정을 호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농성 장소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김씨가 수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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